추석, 서민은 없다
추석, 서민은 없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9.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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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세상이 풍요롭고, 사람들은 너그러우며, 자연은 원숙해지는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지속되는 경기침체는 기업인들이나 노동자, 자영업자에게 활기 넘치는 명절이 되지 못했다. 그냥 1년에 두 번 오는 명절이니 잘 넘기자는 생각이 앞서는 시기가 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주상공회의소,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들이 내놓은 각종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자금 부족으로 추석에 노동자들에게 상여금이나 선물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추석연휴에서 쉬는 날이 줄어드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주목받는 것은 청주에서 발생한 서민 임대아파트에 대한 대규모 임대사기극 의혹이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에 있는 H임대아파트는 502세대중에서 200세대에시아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임대아파트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보유한 아파트들을 임대사업자들에게 팔았는데, 판지 불과 1년만에 대규모 경매가 발생한 것이다. 평형에 따라 35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내쫓길 위험에 대한 공포는 크다.

더구나 12평밖에 안되는 아파트에 대한 대규모 경매가 시작되고 있는 것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의심스러운 것은 해당 아파트들을 매집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부도가 났다는 것이며, 결국 대규모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청주시의 입장도 실망스럽다. 일부 부서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어디며, 어떻게 세입자들을 보호할지에 대해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당연하다.

그러나 이 아파트에서 수상한 실거래가 신고가 발생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부서도 있다. 참 유감스럽다.

더 심각한 것은 H아파트 뿐만 아니라 인근의 다른 임대아파트에서도 대규모 경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H아파트나 인근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이른바 `선수'들이 개입해 대규모 경매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해당 아파트 세입자들이 추석을 즐겁게 보낼수 있겠는가. 혹시 더 피해가 커질까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H임대아파트 사례는 요즘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매매가 폭등현상의 그림자가 되고 있다. 서울은 이제 강남부터 강북까지, 아니 전역이 폭등하고 있어 정부가 나서서 단속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미분양 현상이 심화되면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기존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에 이사가기도 벅차다.

그런데, 5000만원도 안되는 전세보증금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그야말로 서민 임대아파트에서 집단 경매가 발생하고 있으니, 무엇인가 잘못되도 크게 잘못되고 있다.

청주시는 이 아파트에 대한 아파트 실거래가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하고, 사법당국은 이 아파트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하루를 살기 힘든 서민 임대아파트의 거주자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추석을 보내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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