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에 묻힌 청문회
평양 정상회담에 묻힌 청문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9.18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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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김금란 취재3팀(부장)

 

이슈는 이슈로 덮인다.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연예인들의 대형 스캔들이 터졌다. 그래서 정치 이슈는 국민에게 잊혀졌다.

사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슈는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 드러난 사실이 이슈가 되려면 사람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고 관심을 끌어야 한다. 오비이락처럼 정치판에서 들키면 안 되는 일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연예인 관련 소식이 등장했다.

이런 사정으로 국민의 알권리는 연예인 스캔들에만 적용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2박3일 일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역사적인 평양 방북 길에 올랐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어 3번째 방북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소식은 출발 당일부터 블랙홀 이슈로 부각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북 두 정상이 지난 5월 26일 판문점에서 만난 지 115일 만에 평양에서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대형 이슈 아닌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일정이 공개되면서 서민들의 대화 주제도 달라졌다. 동료와 마시는 모닝커피 시간에도, 퇴근길 들른 포장마차에서 오랜 벗과의 회포자리에서도 대화는 온통 대통령의 방북 소식이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방북 기간인 19일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된다. 방북 전날인 17일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유은혜 후보자의 경우 지난달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 5명을 발표하자 바로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쏟아졌다. 유 후보자와 관련해 피감기관 건물에 지역구 사무실을 낸 특혜 논란에 이어 아들의 병역 기피 의혹, 딸의 위장전입 의혹, 공직자 재산 신고 때 남편 사업체의 매출 축소 신고 의혹까지 불거졌다.

같은 날 청문회가 예정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개인 저서를 내면서 과거 공동저자로 참여했던 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셀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1991년 이후 8차례 위장전입한 것에 대해 집중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어머니가 주민등록을 관리했고 사적 이익을 얻은 바는 없다”며 “여하를 막론하고 주민등록 관리를 못 한 건 제 잘못이다, 송구스럽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청와대는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를 고위공직자 임용 원천 배제 7대 기준으로 발표했다. 청와대의 7대 기준은 서민들에게는 평생 지켜온 직장과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엄격한 잣대임에도 정작 장관 후보자들에게는 고위직으로 가는 통과의례 정도로 낮은 문턱에 불과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정치에 발을 담그고 싶은 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금기 사항으로 박사 과정을 밟지 말 것, 하이패스를 이용하지 말 것,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 등을 권할까.

대통령의 방북 소식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백년지대계와 산업을 책임질 장관 후보자의 자질 검증까지 허투루 다룰 명분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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