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부동산정책...左도右도 “갸우뚱”
길 잃은 부동산정책...左도右도 “갸우뚱”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9.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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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후 서울집값 급상승…볼품없는 보유세에 투기세력 몰려
중장기적 안목 없는 부동산정책 부재…시장주의자 비판 잇달아

부동산시장 추석이후 다시 동요 예상…매물나와야 추격매수 사라져



=“답답하다. 그 ‹š는 잘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방이 꽉 막힌 느낌이다”



토지정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인 헨리조지포럼의 이태경(47) 사무처장은 10여년 이상 시민사회 단체활동을 해온 운동가다. 한 언론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는 등 투잡을 유지하다 수년전 아예 전업 운동가로 나섰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를 거치며 심화된 빈부격차의 뿌리에는 토지문제가 있다는 게 이 사무처장의 소신이다.



촛불을 든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정부에 환호하던 이 사무처장은 요즘 시름이 깊다. 자고 나면 치솟는 아파트가격 때문이다. 더욱이 아파트값 상승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 솜방망이 보유세 카드를 빼든 문재인정부와 용산·여의도 통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싱가포르 구상을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 등 진보의 적자들이라는 사실이 그를 힘들게 한다.



이 사무처장은 결국 “철학의 문제”라며 현 정부 정책의 한계를 꼬집는다. 부동산 콘트롤타워인 김수현 청와대 사회 수석이 금융, 세제, 공급 등 여러 정책을 조합하는 기(技)의 대가일지는 모르지만 결국 철학 부재가 현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는 귀를 기울이는 시늉이라도 했다”며 현정부의 소통부재도 꼬집었다.



문민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최근 원로들과 함께 광화문 거리로 나섰다. 현 정부가 토지공개념 개헌을 추진하는 등 노골적인 좌파정책으로 기울고 있어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는 게 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보수 원로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들은 나라 사정이 더 악화되기전에 보수가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전 의장은 토지공개념이 해방이후 한국사회를 떠받쳐온 자유주의의 원리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한다. 토지도 수급의 원리에 따라 등락하는 일반 재화인데 국가가 어떤 근거로 시장에 개입할 근거를 헌법에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토지공개념 등 좌편향의 개헌을 추진하면서도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불통을 비판했다.



◇좌우 협공 받는 부동산정책





문 정부 부동산정책이 좌우 양측에서 뭇매를 맞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올해 6월말 이후 상승하고 있는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해 화를 자초한 영향이 컸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8·2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다 올 4월 양도세 중과이후 서서히 진정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보유세 정부안이 윤곽을 드러낸 6월말 이후 집값이 매주 상승 탄력을 받으며 오름폭을 키웠고 정부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용산·여의도 통개발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가포르 구상이후 오름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거세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을 향한 불신이 깊어진데는 치솟는 집값 외에도 철학의 부재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 정책에서 한국사회 부동산 불패 신화를 허물어 빈부격차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없다고 질타한다.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 종부세 정부안이라고 지적한다. 9·13 종합부동산대책은 종부세 최고 세율을 참여정부를 웃도는 3.2%로 올렸지만 토지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데다 최고세율 또한 극소수 '슈퍼리치'들만을 사정권에 두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골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토지공개념에 뿌리를 둔 보유세 강화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소득 불평등을 누그러뜨릴 수단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해왔다. 또 부동산 투기가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깊게 한다는 점에서 보유세 강화야 말로 성장동력 부재에 부심해온 한국경제에 한줄기 단비가 될 친성장정책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을 향한 시장주의자들의 비판도 매섭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중장기적 성장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지 못한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각국이 인공지능(AI), 클라우드를 비롯한 4차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이들 산업으로 흐를 수 있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게 이러한 목소리의 골자다. 전 국민이 일확천금의 미망에 사로잡혀 아파트나 토지에 돈을 묻어두며 매주 발표되는 아파트값 동향에 일희일비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판은 현정부 부동산정책의 콘트롤 타워인 김수현 사회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김수석은 참여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왔다. 정책실패의 원인을 금융과 부동산의 유기적 결합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있다고 보고 현정부 출범이후에도 돈줄을 조이는 정책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김 수석이 부동산정책을 중장기적인 성장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경기변동을 관리하는 하부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게 아니냐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좌우양측의 협공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현정부 부동산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은 9·13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집값 동향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종부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 대출규제 등을 강화하는게 골자다. 공급대책은 21일 발표된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추석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번 움직일 수 있다. 이 대책이 주효하려면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 추격매수가 사라진다"며 "(현재) 청약을 노릴지 기존 주택시장에서 추격매수를 노릴지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이 지나면 이들이 움직일 수 있다. 안좋은 신호는 매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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