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덴마크
상상 속의 덴마크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8.09.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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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언젠가 신랑이 덴마크로의 발령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 번도 그려본 적 없었던 너머의 나라 덴마크. 책 제목 그대로 `상상 속의 덴마크(에밀 라우센, 이세아 지음/틈새책방/2018)'를 습기 가득한 가을과 함께 만나보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에 맞춰 클럽을 조직하고 모여서 함께 활동을 즐긴다. 사람들은 보통 2~3개 클럽에 속해 있으며 일생동안 클럽 활동을 지속한다. 이는 5,000명이 사는 동네에 축구 잔디 구장이 20개 정도 되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이 스포츠와 여가 생활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출퇴근하는 나와 같은 직장인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 사회는 일과 가정생활, 여가를 공유하기에는 하루의 시간과 환경이 벅차다. 다행히 최근 정부 차원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강조하고 시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소극적인 분위기이지만, 정부 차원의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인 변화와 더불어 개인의식의 변화도 기대해 본다.

출산을 경험한 직장인으로서 무엇보다 덴마크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과 환경이 부러웠다. 덴마크 사람들은 남편과 아내가 나누어 52주의 출산 및 육아 휴가 기간을 모두 사용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직장에서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사실, 휴직 기간 동안에 월급이 그대로 지급된다. 하여 덴마크에서는 육아에 남녀가 따로 없다.

시댁에 가더라도 며느리가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할 수 있는 사람, 하고 싶은 사람이 자원해서 함께 할 뿐이다. 하여 가사 노동을 하고 있다고 느낄만한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에밀의 한국인 아내는 말한다. 모든 순간이 즐거운 놀이처럼 보였다고 말이다.

나에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집안일이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딸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내가 가진 역할에 대한 사회 구조적 분위기와 문화적 인식이 주는 부담.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도 느끼고 있었다. 가족을 위한 식사준비와 정리, 허둥지둥 과일상까지. 덴마크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구든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정리하는 일에서 제외된다. 작은 부분에서부터 보이는 평등하고 합리적인 문화. 이 모든 것의 바탕은 어쩌면 덴마크인들이 말하는 `휘게'에서 비롯된 것일까.

덴마크 사람들에게 휘게의 시작은 자기 자신이다. 우선 나를 돌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단 5분 만이라도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기를 강조한다. 나와 상대방의 생각이 온전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과 함께 하는 휘게의 첫걸음이다. 그들에게는 서로 간에 `다른 방법'은 존재해도 `틀린 방법'은 없다.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째인 덴마크인 에밀이 들려주는 덴마크 사회와 문화, 덴마크인의 생각과 습관을 활자로 만났다. 덴마크는 그냥 복지국가가 아니다. 덴마크는 그냥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덴마크는 그냥 지상낙원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덴마크 사람들이 있었다. 아직 만나본 적 없는 상상 속의 덴마크는 사람이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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