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평양에서의 사흘…협상에 무게둘 듯
文 대통령 평양에서의 사흘…협상에 무게둘 듯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9.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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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선발대 방북 동선 최종 조율할 듯
집단체조 관람 가능성 주목

과거 北 '금수산' 참배 요구에 어려움 겪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취임 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사흘간 머문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생중계될 예정이어서 어떤 모습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와 연내 종전선언 동력을 되살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쇼'보다 '협상'에 무게를 둘 거라는 전망이다.



평양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6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을 단장으로 한 선발대가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출경했다. 선발대에는 권혁기 춘추관장, 그리고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도보다리 산책'을 연출했던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도 포함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북측과 평양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한 차례 진행한 다음 문 대통령의 방북 경로와 방북단 규모, 생중계 여부 등 이번 정상회담 일정의 클 줄기만 발표했다. 세부적인 동선에 대한 협의는 탁 선임행정관을 비롯한 선발대가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평양을 처음 방문하는 문 대통령을 어디서 어떻게 맞이할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2000년 6월 김 대통령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사전에 알리지 않고 순안공항에서 김 대통령을 영접했다. 한반도 분단 이래 첫 남북 정상회담 최고의 이벤트로 평가되는 순간이다. 당시 전용기에서 내린 김 대통령은 순안공항에서 의장대를 사열했다. 2007년 10월 육로로 평양을 방문했던 노 대통령은 4·25문화회관에서 김 국방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사열했다.



전례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서 김 위원장의 영접을 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후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를 통과하는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후의 일정은 다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은 김 대통령의 방북 둘째 날 백화원 영빈관 회의실에서 첫 회담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개최되는 터라 첫날에 곧바로 회담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회담 백화원 영빈관, 만수대의사당, 노동당 본부청사 등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일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을 계기로 5년 만에 집단체조 공연을 부활시켰다. 김 위원장은 9·9절 사절단과 함께 5·1경기장에서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 이 공연은 노동당 창건일인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된다. 이에 문 대통령이 이 집단체조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공연이 평화 메시지를 담고 있고, 공연 영상에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모습이 들어갔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노 대통령이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공전되면서 남남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터라 '이념' 문제로 확산될 수 있는 일정을 최소화할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김 대통령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요구했으나, 국내 정치적 파장을 우려한 남측의 입장을 북측이 수용하면서 없던 일로 된 바 있다. 당시 남측은 '우상화' 논란이 커질 경우 정상회담 의미가 퇴색될뿐만 아니라 향후 화해·협력 동력도 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이를 김 위원장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측은) 무리하게 이념적이거나 체제 선전적인 일정은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화해·협력을 보여줄 수 있는, 평화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체제 우상과 연결될 수 있는 장소는 피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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