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8.09.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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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국민소득이 높아진 탓인가? 벤츠, BMW, 등 고가의 수입차들이 한반도 전역을 누비고 있다. 온갖 문명의 이기들로 인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만큼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사색의 계절 가을을 맞아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이란 이런저런 철학적 개념들을 끌어들일 필요 없이, 한 마디로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상태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물론 몸이 건강하지 않거나 아프다고 해도 굳이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마음은 전혀 불편하지 않고,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면 불행하지도 않음은 당연하다. 행복을 다르게 표현한다면, 심신(心身)의 평화(平和)라고 말할 수 있는데, 평화롭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철학적 담론들은 차치하고, 평화롭다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피부에 와 닿도록 표현할 수는 없을까?

평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피스(Peace)'다. 피스의 어원은 `Pac'이다. 평화롭다는 의미의 `pacific' 및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킨다는 뜻의 `pacify'도 `pac'을 어원으로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원전 1세기 말에 로마의 아우구스투스가 내란을 수습하고 제정을 수립한 후 약 200년간 로마가 주변국을 정복하던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 팍스 로마나(Pax Romana)며, `pax'가 `pac'의 어원이라는 점이다. 평화를 뜻하는 `피스(Peace)'가 로마에 의해 주변의 약소국들이 정복당한 상태를 의미하는 `pax'를 어원으로 한다는 것은 뭔가 이율배반적이다. 평화의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내기에는 부적합하다.

지구촌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갈구했던 평화의 근본적인 의미는 의외로 간단하다. 평화라는 한자어를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되고 수긍이 간다. 평화는 한자로 `平和'라고 쓴다. 平(평)은 물 위에 뜬 물풀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물풀들이 서로 높고 낮음이 없이 평평(平平)하다는 의미다. 또 고르다, 바르다,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쓰이고 있다. 和(화)는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로 조화를 이루다, 온화하다, 화목하다, 순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和(화)는 禾(화)+口(구)로 이뤄진 글자다.

和(화)는 벼와 곡물을 뜻하는 禾(화)와 입을 뜻하는 口(구)의 합성어로, 인간이 먹거리를 입에 넣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된 상태를 뜻한다. 이 같은 의미의 和(화)자에 고르고 바르고 평평하다는 平(평)자를 조합한 단어가 和平(화평)이나 平和(평화)다. 따라서 平和(평화)는 쌀이나 보리 등의 먹을거리가 몇몇 소수 특정인의 입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움이 배제된 가운데 모두에게 고르고 바르게 돌아감으로써 서로 아옹다옹 다툴 일이 없는 화목한 상태를 의미한다. 모두가 다 함께 살기 좋은 행복한 세상을 이룩하기 위한 절대적 전제조건이 바로 평화(平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점점 심화되고 있는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현상, 즉 부자는 점점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은 마땅히 극복되고 근절돼야만 한다. 천박 자본주의의 폐해인 양극화 현상을 타파하지 못하면, 모두가 다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살기 좋은 세상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각자 각자가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주판을 꺾고 손익계산서를 찢고 다 함께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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