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장구치며 삽시다
맞장구치며 삽시다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9.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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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상에는 두 종류의 맞장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둘이 마주 서서 장구를 치는 물리적인 맞장구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말에 덩달아 호응하거나 동의하는 말과 행위의 맞장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장단 맞추어 신명나게 치는 맞장구는 아름답고 멋집니다.

그래요. 맞장구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고 배려이고 존중이고, 박수이고 칭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련의 몸짓이 바로 사랑의 맞장구이지요. 그러므로 치면 칠수록 좋은 게 맞장구입니다. 치는 이는 쳐서 즐겁고 받는 이는 받아서 즐거우니 그럴 수밖에요.

하여 맞장구를 칠 줄 아는 이는 세상과 사람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맞장구를 주고받는 사람이 곁에 있는 이는 정녕 행복한 사람입니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다, 얼쑤'가 바로 그것이고, `그려, 좋아, 옳거니, 지당하지, 자네 말이 맞아'가 또한 그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 게 맞장구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맞장구에 서툴거나 인색합니다. 아니 맞장구는커녕 남을 비난하고 모함하고 헐뜯지 못해 안달입니다. 말하기 힘들거나 어색하면 고개만 끄덕여주어도 훌륭한 맞장구가 되는데도 말입니다.

살면서 맞장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단짝이든, 배우자든,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동료이든, 선·후배이든, 그 누구든 지금 곁에 있는 이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곁에 있는 이를 등한시 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믿거라 하기 때문에 그러하지만, 습관이 되면 불행을 잉태하니 바로 잡아야 합니다.

`영감 왜 불러/ 뒤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그러게 내 영감이라지.'

하춘화와 송해가 듀엣으로 부른 `잘했군 잘했어'라는 노래처럼 `잘했어. 그러게 내 자기지, 내 친구지 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게 바로 맞장구의 전형이고 삶의 지혜입니다.

일상의 맞장구 예를 들어 볼게요. 아내가 미역국을 끓이면 `여보 미역국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지, 우리 마눌님 미역국이 역시 최고야'도 훌륭한 맞장구이고, 남편이 저녁노을을 보고 `여보 석양이 참 좋네'하면 `그러네요. 우리도 저렇게 곱게 늙어 가면 좋겠네요'도 멋진 맞장구입니다.

이렇게 맞장구치는데 돈이 드나요, 힘이 드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인정받고 싶다면, 사랑받고 싶다면 맞장구를 치세요. 맞장구는 공감과 동행의 표징이자 사랑과 행복의 마중물이니까요.

그래요. 맞장구치며 살다 보면 절로 웃음이 번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겨나 삶에 윤기가 납니다. 부부간의 사랑도, 친구 간에 우정도, 동료 간의 우의도 속을 들여다보니 모두 맞장구가 연결고리고 에너지원입디다.

`자네 말이 맞네그려, 그러세, 암 그렇고말고'이렇게 맞장구치고, 맞장구쳐주는 이는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직장에서든, 일터에서든, 어디에서든 맞장구쳐주는 이가 곁에 있는 이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사람입니다. 지치고 힘들 때 `괜찮아, 곧 지나갈 거야,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이가 곁에 있는 이는 오아시스를 가진 사람입니다.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사랑의 맞장구, 희망의 맞장구, 도전과 응전의 맞장구를 덩더꿍 치며 덩실덩실 사는 거지요. 웃으며 신명나게 오늘도 맞장구치며 살아요. 그대여, 내 사랑이여.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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