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실패
메시지 실패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9.12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충북의 민선 7기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공약 확정발표에서부터 시작된 메시지 실패로 오해와 내부분열의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할 말은 안 하고,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있다. 도민이나 시민들에 대한 메시지 실패는 대부분 `자업자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할 말을 안 해서 생기는 메시지 실패에 대해 말해보자.

세종역 신설과 관련한 핫이슈에 대한 충북도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까지 가세해 신설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데도 이시종 도지사는 묵묵부답이다.

이해찬 민주당대표,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세종역 신설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시종 충북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오제세·변재일 국회의원은 말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럴까. 세종역 설치에 대해 사전합의가 있었거나, 우물쭈물하는 것이거나, 무엇인가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뭔가 도민들 모르게 합의한 게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데 충북도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을 발견했다. 최근 충청타임즈에 보도된 기사 중에서 충북도의 관계자가 “더 이상 세종역 신설 저지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오송지역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오송역 주변개발에 청주시의 주체적인 모습을 주문하는 뜻으로 읽히지만, 충북도가 세종역 신설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신호'를 준 것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레임덕'을 자초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충북도가 민선 7기 공약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중 가장 논란거리는 청주야구장 신축공약이 없던 일이 된 것이다.

청주시와 충북도의 실무선에서 공약확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결국 비용분담 문제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공약파기에 대해 청주시에 책임을 돌리는듯한 도의 메시지는 득보다 실을 불러올 수 있다.

충북도는 청주시가 일방적으로 공약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결정한 데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충북도의 이 같은 메시지는 `아, 충북도가 힘이 빠졌구나'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이 도지사가 실천해야 할 공약에 드는 예산중 충북도는 자체 몫은 10%도 안 되고, 나머지를 시·군·교육청, 민간, 국비로 채우려면 도의 협상력이 강해야 한다.

충북도의 협상력이 가장 강할 때가 지금인데, 처음부터 청주시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고 하니 앞으로 고교생 무상급식비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도의 협상력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청주시를 혼내주려다가 불필요하게 `레임덕'만 자초하게 됐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메시지는 당사자의 정치적인 명운을 좌우하기도 한다. 더구나 세종역 신설 여부와 같은 지역의 핵심 이슈에 대한 정치인의 메시지는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4년 만에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이 여당 소속이고, 시민사회계와도 그 어느 때보다 합치를 잘할 수 있는 조건이 좋은 민선 7기에서 지금과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