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함이 묻어나는 동요와 풍금이야기
아련함이 묻어나는 동요와 풍금이야기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8.09.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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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얼마 전에 신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풍금이 생겼습니다.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음악 시간이면 다른 반에서 친구들과 함께 옮겨와 담임 선생님의 반주로 동요를 부르던 귀하디 귀한 풍금을 득템 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는 피아노, 전자오르간에 밀려 학교나 교회에서조차 구경하기 어려운 악기입니다.

풍금은 영화`내 마음의 풍금'에서 산골학교의 전원 풍경과 순수하고 수줍은 사랑이야기로 옛 추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습니다. 2년 전 문의면 마동에 있는 선배의 화실에 놀러 갔습니다. 폐교된 옛 분교를 미술 창작공간으로 꾸민 공간이었는데 그곳 갤러리에는 풍금이 있었습니다. 저녁 무렵 차를 마시고 풍금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동요 `나뭇잎 배'를 연주하니 풍금 주위로 차를 마시던 중년의 신사, 숙녀 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어서 `고향땅', `고향의 봄'등을 부르며 모두 신이나 했습니다. 추억의 동요를 부르며 어떤 노신사 분은 눈물도 훔치셨습니다. 그날 저녁은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았고 풍금을 구하려고 수소문을 해봐도 모든 학교에서 폐기 처분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귀한 풍금이 어느 시골학교에서 폐기해 창고 구석에 버려져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풍금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가져온 풍금은 의외로 상태가 좋았는데 페달을 밟으면 고장이 나서 눌린 건반의 소리가 약간 거슬렸습니다. 옛날 시골학교에 있을 때 수리해본 기억이 있어 드라이버를 들고 해체 후 수리를 하니 모든 건반은 정상의 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동요를 연주할 수 있는 명기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풍금(風琴)이라는 악기이름은 원래 서양의 오르간(organ)이라는 악기의 한자식 번역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르간 중에서 리드 오르간(reed organ)을 일반적으로 풍금이라고 합니다. 풍금은 독주 악기로서 뿐만 아니라 반주 악기로 쓰이며, 특히 종교음악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풍금이 들어온 것은 1896년경 선교사에 의한 것으로 보는데, 1910년 이후부터는 각종 학교와 교회에서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기독교 전도의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를 계기로 풍금은 서양음악 보급에 일익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풍금이 한국음악사에 끼친 영향은 첫째 음악교육의 도구로 사용되어 서양음악의 교육과 보급에 일조하였다는 점, 둘째 찬송가의 반주 악기로서 일반인들로 하여금 서양음악을 체험하게 했다는 점, 셋째 피아노와 함께 우리 전통 음악적 음 감각을 서양의 평균율로 변질시켰다는 점, 넷째 서양음악의 원형적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어찌 됐든 근대사에 있어서 우리들의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데 풍금이란 바람 소리 악기는 일익을 담당했습니다.

나뭇잎 배, 고향땅, 꽃밭에서, 섬집아기, 과꽃, 시냇물, 미루나무, 반달, 퐁당퐁당, 과수원 길 등 현 음악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옛 교과서 동요를 풍금으로 연주하며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나의 풍금 소리는 스케이트를 타 듯 추억 속으로 미끄러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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