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성희롱을 고발합니다
선생님들의 성희롱을 고발합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9.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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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존중받고 싶으면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 대접받고 싶다면 당연히 먼저 대접해야 한다. 존중하지 않으면서 대접받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교권 추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교권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도, 교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원이 매년 증가해 걱정이라는 소식도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 의한 학생 대상 성추문이 터질 때면 교권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낯뜨겁다.

최근 학교 법인 산하 청주 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사의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을 참다못해 `선생님의 성희롱을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으로 국민 신문고에 신고했다.

학생들의 폭로에 의하면 이 학교 교사는 수업시간에 전자칠판을 터치하면서 “이건 왜 이렇게 터치가 예민하냐, 지나가다가 스치기만 했다고 미투하는 여학생들 같다”고 말하거나 “너희는 내 앞에서 자면 안 된다 나는 남자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자는 건 위험한 일이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고서도 부끄러움조차 없다.

결국 이 학교 교사 수십 명은 지난 10일 등교하는 학생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여러분을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일동'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과했다.

앞서 지난 3월엔 또 다른 청주의 고등학교 방과후 교사가 학생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미투'폭로가 나왔고 의혹을 받은 전직 교사는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SNS에는 피해를 호소한 학생들이 “선생이 방으로 불러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고 귀를 파달라고 했다”,“한 학년에 한 명씩 마음에 드는 학생을 골라 `아내'라고 불렀다”는 등 추악한 면모가 드러났다.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교원대의 한 대학원생은 지난 8월 지도교수 A씨에게 1년 여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왔다며 학내 게시판을 통해 폭로했다.

피해 학생은 “제가 그 당시 피해를 밝히지 못해 이 사람이 더 괴물이 되도록 만들어 피해를 더 크게 입힌 것 같아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늦게나마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은 “대학 내 이런 부조리는 평생의 꿈을 가진 약자들을 대상으로 학계의 권력에 눌려 발설되지 못한 채 어디나 존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사(교수)에 의한 미투사건이 터질 때면 교육계는 곪은 게 터진 것이라며 자성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또 다른 한쪽에선 추락한 교권을 들먹인다.

최근 박찬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최근 5년간 전국 초·중·고 성비위 교원 징계처분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까지 발생한 교원 성비위는 총 494건이다. 이 중 182건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교단에 선다는 것은 양 어깨에 돌을 얹은 것만큼 책임감이 따른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도 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다.

시대도 변했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교실의 혁신을 외치는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에 정작 변해야 할 교사들은 직업만으로도 사회적 존경을 받던 과거에 안주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자고 나면 변하는 세상에서 교사들만 `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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