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변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온 변화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8.09.10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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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
이재경 국장(천안)

 

얼마 전,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유명한 생태찌개 전문 식당. 식탁 수가 열대여섯 개인 이 업소에서 최근 점심을 하던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낮 12시가 지나면서 손님이 연이어 들어오는 데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 주인이 “자리가 없다”며 손님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눈앞에 버젓이 빈 식탁이 3개씩이나 있는데 손님들을 박대하다니. 같은 손님의 입장으로서 불쾌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려던 차에 빈 식탁의 상태를 보게 되면서 갑자기 주인의 처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빈 식탁들은 모두 손님이 식사하고 나간 후여서 식탁 위에 음식 상차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하 그랬구나. 주인 부부는 일손이 바빠서, 손님이 나간 상을 치우지 못해서 새 손님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최근의 어느 날, 천안시 동남구의 한 콩나물 해장국집. 개업한 지 10여 년 정도가 되어 비교적 음식 잘하는 `노포'로 인정받는 이 식당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침 7시쯤 일행과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홀 안에 있는 30여 개의 식탁의 절반가량이 치우지 않은 상차림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른 식탁에서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주인이 혼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계산하고, `열일'을 하다 보니 손님이 떠난 자리를 치울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들 두 식당이 손님이 떠난 `빈자리'를 치우지 못했던 이유는 당연하다. `홀서빙'을 담당할 인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식당이 이전부터 홀서빙 인력을 고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생태찌개 집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늘 점심 시간에 `알바'를 두고 손님을 맞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빈 식탁에 먹고 난 후의 상차림이 그대로 방치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음식업소 주인들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0여 년 간 식당을 운영했다는 A씨는 “생태찌개 식당이나 해장국집의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영세 식당들은 더 이상 홀서빙을 쓰지 못하고 버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도 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월급 180~200만원 정도를 주면 한 달에 3~4일 쉬면서 아침 10시에 나와서 저녁 9시까지 일을 해주고 들어가는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최저임금이 올라서 그렇게 일을 할 경우 월 30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예전에는 점심 장사가 끝나면 홀서빙 인력들이 파를 다듬고 마늘을 까는 등 식당 주방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저녁 장사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젠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든 시절이 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오고 있는 변화들. 점심시간 이후 `브레이크 타임'에 이어 `무인 주문대'와 `무인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필연이지만,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너무 힘든 시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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