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얼평' 주고받는 10대들…♥성형 권장 ♥♥봐줄 만
SNS로 '얼평' 주고받는 10대들…♥성형 권장 ♥♥봐줄 만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9.09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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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글에 댓글 달면 '프사' 보고 얼굴 평가
"페북 친구 늘고 고평가 받으면 자존감↑"

성적(性的)인 선호도 반영된 '19금 얼평'도

전문가 "낮은 자존감, 두려움 반영된 행위"

"자신을 상품화하는 성인 소비문화 답습"



"06년생 얼평 해드려요. ♥성형(해) ♥♥봐줄 만해요 ♥♥♥보통 ♥♥♥♥예뻐요, 멋져요 ♥♥♥♥♥존예, 존잘('X나 예쁘고 잘생겼다'의 줄임말)"



페이스북에 게시된 얼평(얼굴평가) 모집글이다. 얼평은 말 그대로 외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얼굴에 점수를 매기듯 평가하는 것이다. 하트(♥) 개수가 많아질수록 외모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 예를 들면 하트 5개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외모가 '우월'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상엔 이같은 얼평 글이 빈번하게 눈에 띈다. 초·중·고등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외모 '등급'을 받아보기 껄끄러울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짐작과 달리 해당 글엔 '내 얼굴을 평가해달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게시자는 댓글을 단 사람의 프로필 사진을 확인한 뒤 다시 댓글로 등급을 매겨준다.



SNS상에서 오가는 이 같은 외모 성적표는 스마트폰 속 온라인 세계가 오프라인 현실만큼 중요한 SNS세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아동의 과의존위험군 비중은 최초 조사한 2015년 12.4%에서 지난해 19.1%로 증가했다. 청소년은 2015년 31.6%에서 지난해 30.3%로 소폭 변동하며 3년 내내 3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성인은 10%대에 머물렀다.



상당수 청소년이 얼평을 통해 페이스북 친구를 늘릴 수 있고 자신의 외모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중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얼평을 하는 이유에 대해 "페북 친구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고, 내 외모가 다른 사람이 볼 때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한다. 관심받고 싶어서 하는 애들도 있다"며 "평가가 좋지 않아 상처받은 적도 있지만 후한 평가를 받으면 자존감이 좀 높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충남에 거주하는 A(13)양은 "좋은 결과가 나오면 기분이 좋아진다"면서 "평가에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깨닫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성적(性的)인 선호도가 반영된 '19금 얼평'도 있다. 19금 얼평은 '뽀뽀 가능'에서 '성관계 가능'까지 세분화된다.



김양은 "그냥 장난 같은 것"이라며 "한 사람이 19금 얼평을 하면 다른 사람도 한다. 물타기라고 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관심받고 싶은 청소년들이 외모에 대한 좋은 평가로 자존감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성적인 얼평은 스스로의 가치를 상품 가치와 동일시하는 어른들의 소비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존감이 낮고 (낮은 평가가) 두려운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얼평을 받는다고 보인다"며 "내면적으론 남들의 평가에 굉장히 민감하고 평가가 두려운 마음이 있을 것이다. 과하게 포토샵 작업을 한 왜곡된 사진으로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은 심리"라고 분석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는 "19금 얼평은 한국사회에 더 이상 이른바 '아동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자신을 상품화하는 어른들의 소비문화 습관이 이제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됐다"며 "아이들이 너무 빨리 어른의 문화를 배우면서 그 문화 이외의 것에 대한 상상력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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