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미학
다름의 미학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8.09.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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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세상이 아름다운 건 조물주가 세상을 오묘하게 창조해서입니다. 아니 조물주가 세상 만물을 조금씩 다르게 빚었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과 별이 다르듯이, 산과 들과 강과 바다와 섬들이 서로 다르듯이 말입니다.

지구 상에 똑같이 생긴 산과 강이 없듯이 해변의 조약돌조차도 똑같은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처럼 우주의 삼라만상이 서로 달라서 아름답고 좋은 겁니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들도 그렇습니다. 겉모습만 다른 게 아니라 말과 생각과 행동거지와 속내까지 모두 다르니 단연 다름의 으뜸이죠. 한 뱃속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조차도 비슷하게 보일 뿐 같은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렇습니다.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도, 한 스승에게 사사 받아도 같을 수 없는 게 인간입니다.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참으로 존귀한 존재이지요. 그렇게 서로 다른 존귀한 인간들이 얽히고 설키여서 시너지를 내고 살아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한 겁니다. 서로 다른 음역과 음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 합창단처럼.

상상해보세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모습, 똑같은 생각, 똑같은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산다면 어떨 건지를. 생각만 해도 끔찍한 아니 질식해 하루도 살 수 없을 겁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어서 삶이 지겹지 않고 지속 가능한 것이지요.

글 잘 쓰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말을 잘하는 이가 있고, 그림 잘 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조각을 잘하는 이가 있고, 노래 잘 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악기를 잘 다루는 이가 있듯이 말입니다. 달리기 선수와 축구선수처럼 발을 잘 쓰는 사람도 있고, 농구와 골프선수처럼 손을 잘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보수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보적인 사람이 있습니다. 개발론자가 있는 하면 보존론자가 있고, 유신론자가 있는가 하면 무신론자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살고 있어서 사회가 유지되고 문명이 진화되지요.

그래요.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을 탓하거나 나쁘다 틀렸다 하지 않고 살지요.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름을 배격하고 편 가름하는 나쁜 풍조가 나타나 공동체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줄 세우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원수처럼 서로 적대시하며 너 죽고 나 살자 하니 기가 찹니다. 진보는 진보 쪽 이야기만 들으려 하고, 보수는 보수 쪽 이야기만 들으려 하는 이 광란의 시대를 종식해야 나라와 민족의 미래가 있습니다.

갈라진 좌와 우를 연결하는 튼튼한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가 그 다리를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게 해야 합니다. 이제는 촛불부대와 태극기부대가 내뿜는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를 융복합해서 민족의 번영과 평화통일의 촉진제가 되게 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악은 더더구나 아니고요. 그러므로 이젠 적대감을 풀고 상생과 공영의 길로 가야 합니다.

다름의 다른 말은 다양성이고 독창성입니다. 문화예술이 다양성과 독창성에 기반하여 꽃피듯이 우리 사회도 다름이라는 다양성과 독창성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야 합니다.

우리는 있는데 함께가 없는 참으로 고약한 세상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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