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공연전시장이 필요하다
충북, 공연전시장이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9.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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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청주는 지금 축제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전국 규모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매일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이처럼 축제가 급증하면서 공연·전시 시설을 대관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치열해 지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공연이나 전시임에도 대관에 어려움이 크다 보니 행사 개최 전부터 작가들이 치러야 할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8일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문체관)에서는 예술인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을 예술단 연습실로 전환하려는 시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었다.

시는 전시실 활용을 두고 지역예술계와 예술단이 서로 입장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지만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간담회가 무산됐다. 오랫동안 지역미술인들의 전시실로 사용해 왔던 공간을 아무런 협의 없이 전환을 검토한 것에 대해 예술인들의 불만이 터진 것이다. 사태가 확대되진 않았지만, 공연장과 전시장 태부족을 체감해야 하는 지역예술인들로서는 쉽게 양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문체관은 추후 일정을 잡아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전시실 용처에 대한 불씨는 여전하다.

이런 갈등은 지자체의 공연·전시장 부족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관 때마다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충북의 문화기반시설 부족은 물론이고, 문화예술 인구의 급증이라는 변화를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여기에 특정 장소에 공연·전시·행사가 모두 쏠리면서 청주예술의 전당 전시실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역미술인들은 낡고 오래된 전당 내 전시실에 대한 개선과 새로운 전시장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4개 시립예술단 역시 지하실을 연습실로 사용하거나, 협소한 공간을 연습실로 사용하면서 연습공간 부족을 호소해 왔다. 특히 예술단은 창립 20년이 넘도록 예술 환경은 그대로인 점과 현재 200여명의 단원이 근무하는 4개 예술단의 공간 여건을 고려한다면 연습공간 확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였던 셈이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벌인 실랑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충북지역의 공연·전시 기반시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문체부가 매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전국문화기반시설 총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충북의 등록공연장 수는 2016년 현재 총 18개에 불과하다. 도내 11개 시군에 겨우 1개 가량의 공연장이 건립된 수치다. 허나 이마저 8개가 청주에서 운영되고 있으니, 도내 시·군간 문화 격차와 소외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인근의 충남지역은 총 44개가 등록돼 있고, 대전시는 37개가 등록돼 있다. 시설물이 주변 도시에 밀리면서 충북의 문화콘텐츠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9년 연초제조창 내에 대형 전시장을 조성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올 연말 개관을 앞두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당장 충북에 공연장· 전시장이 건립된다는 것은 요원하다. 시급성에서 문화가 다른 분야에 밀리면서 시설 확보는 뒷전이다. 공연장의 경우 객석 하나에 1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다 보니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체장들이 공약으로 내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화기반시설 확보는 필요하다. 생활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문화생활이 일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들은 시설부족을 예술계의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때 충북이 품격있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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