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사업비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 가능
재량사업비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 가능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9.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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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청주시의회 초선 의원 5명이 일으킨 재량사업비 반란이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를 폐지하라고 가세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의 요구는 의회 본연의 집행부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재량사업비를 폐지해 주민참여예산제로 돌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청주시의회는 아직 묵묵부답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가 청주시 의원 39명을 상대로 의견을 물은 결과 10명이 폐지를, 13명은 유지, 16명은 답을 하지 않았거나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재량사업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과다.

의원 재량사업비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비단 청주시의회만이 겪는 문제도 아니다.

재량사업비 성격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전국의 기초 및 광역의회가 시민단체로부터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가 이렇게 재량사업비 편성을 못 하게 하는 이유를 보면 크게 두 가지다. 집행부 견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집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특정업체에 사업을 밀어주고 리베이트를 받았다가 사법처리된 의원이 있었고, 선심성 예산이라는 지적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고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가 예산을 집행할 때 일선 동지역에서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해 예산낭비 논란이나 불만을 사는 경우가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는 지역구 시의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사업의 시급성을 판단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도 의원들이 역할이 크다.

집행 시스템을 고치면 재량사업비만큼 주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데 좋은 예산도 없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동지역에서 재량사업비를 쓸 때 주민 대표를 참여시켜 어디에 쓸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 집행하면 될 일이다. 주민 불만이나 형평성 논란도 없앨 수 있다.

의원 재량사업비는 아니지만 진천읍에서 이장들이 모여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투표를 통해 사업 순위를 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정착한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의원 스스로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선심성, 짬짜미 예산이라는 논란을 불식시켜야 하는 이유에서다.

시의회 의장단도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침묵이 오히려 논란을 부채질할 수 있다.

시민단체도 시의회가 스스로 대안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자칫 본질을 벗어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스스로 대안을 내놓지 못할 때 압박해도 늦지 않다.

시의회가 재량사업비에 계속 발목이 잡히게 되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처럼 재량사업비 쓰기를 원한다면 집행 시스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비리 발생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업내용과 집행예산 공개가 필요하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2000만원 이하 사업은 재량사업에서 제외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주민이 예산 배정과 집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고, 시의원 개입을 막아 부정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면 된다.

`도'아니면 `모'식으로 힘겨루기를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찾는 소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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