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를 믿을 수 있을까
나의 뇌를 믿을 수 있을까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음성원남초 교장
  • 승인 2018.08.29 2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음성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음성원남초 교장

 

인간의 뇌는 얼마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가. 인간의 기억은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뇌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고, 뇌의 기억은 그 자체로 믿을 만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대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는 상당히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며, 우리 뇌의 기억이라는 것도 그리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의 대립과 갈등은 자신의 결정과 생각이 합리적이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직장과 다양한 인간조직에서는 끊임없이 합리성을 강조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뇌에 기반한 합리성은 과연 인간을 합리적인 사람으로 만드는가.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 출시되는 신제품 중 2%만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창출하며, 개봉영화 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5% 정도 된다. 영화사나 기업에서 만든 95%의 작품과 제품들은 실패작인 것이다. 95%의 제품을 만들 때 기업들은 철저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소비자를 분석해 제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제품과 작품들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한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노이만은 사람들은 합리적인 접근으로 예측이 안 되는 방식으로 소비했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온다고 결론을 내린다.

우리 뇌의 기억능력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최근 뇌 과학자들에 의하면 아무리 인상적인 사건이라 해도 2년 반이 지나면 그것을 정확히 기억할 가능성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되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합리적인 것 같지만 우리 뇌는 그리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합리적이면서도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뇌 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저서`열두 발자국'에서 계획을 세우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빼앗기지 말고, 70% 정도의 확신이 든다면 일단 실행해 보라고 한다.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고 한다. 계획은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데 그 유용함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좋은 의사결정 방법은 신중하게 하고 한번 결정하면 우직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의사결정 한 것을 중간에 변경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깐이 보며, 리더로서의 권위가 손상된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관철하고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이다.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이나 의사결정을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정재승 박사는 이러한 리더를 좋은 리더로 평가한다.

대개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의 경험과 지식 등을 바탕으로 주변과 소통 없이 자신의 직관을 믿고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의사결정을 바꾸거나 조정하는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는데도 의사결정을 번복하지 않음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뇌는 끊임없이 합리성을 추구하며 머뭇거리게 한다. 나이 들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중 하나가 가보지 못한 길에,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이다. 심리학자 닐 로스는 후회를 `한 일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로 구분했다. 한일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때로 그 결과가 잘못됐더라도 스스로 정당화시키며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러나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가끔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

뇌에 기반한 자신만의 합리성과 기억을 의심해 볼 만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