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신경쓰지 말라
서울만 신경쓰지 말라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8.29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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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서울도 난리고, 청주도 난리다.

서울은 집값이 갑자기 뛰고 있어 팔 사람이나 살 사람이나 거의 `멘붕'에 빠졌다. 청주는 집값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새 아파트로 이사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강남 이외 지역의 아파트값 폭등의 한 원인이 되었으니,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집값 폭등에 자치단체가 도움을 준 셈이 됐다.

정부가 서울 집값 잡느라 안간힘을 쓰는 것은 알겠는데, 청주같이 미분양이 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서울에 대한 규제 강화의 역풍이라고 할까, 그나마 갭투자를 노리던 부동산 투자자들마저 청주에서 손을 뗀 것 같다. 서울에서 10% 오르면 차액만 1억원이 넘으니 지역에 투자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에 전국 최장의 미분양관리지역이 된 청주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일상화됐다. 분양이 잘 됐다고 하는 아파트들의 속내도 그리 편한 것은 아니다. 어떤 브랜드가 들어와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블랙홀처럼 아파트 분양시장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집값이 떨어지는게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이참에 저렴하게 아파트를 구입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자기 집 1채를 팔고 사고 하면서 재산가치를 불리거나, 더 나은 아파트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아파트값 하락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더구나 은행빚을 지고 아파트를 산 사람들에게는 이중의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2년여 전부터 아파트 공급 과잉 현상을 경고했지만 자치단체나 정부나 거의 손을 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정부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다. 집값 하락현상도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책도 쓰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최근에서야 충북도가 일부 임대 아파트건설을 제지하고 나섰다고 하지만 사후약방문 성격이 강하다. 공급과잉을 우려할 때 전혀 걱정하게 없고, 오히려 더 지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 공무원도 있었다.

정부가 지역 아파트시장 침체현상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가는 취약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에는 대기업 본사도 많고, 자생력이 강하지만 도단위 지역은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부도나는 건설사까지 생겼다고 하니 공급과잉과 미분양,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지역에 몇 개 살아남지 않은 건설사들이나 협력업체들로 이어지는 위험성도 고려해봐야 한다.

서울 집값 잡으려다가 지역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한다. 서울 집값도 잡고, 지역 부동산 시장도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정부 차원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자치단체도 나름대로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부동산 거래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도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청주 방서지구에 3천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곧 입주를 시작하는데, 얼마나 입주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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