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기 2 - 케임브리지 시티
영국 여행기 2 - 케임브리지 시티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8.08.2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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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전영순 문학평론가
전영순 문학평론가

 

짝꿍이 자기랑 여행하는 동안은 비가 오지 않을 거라고 한다. 우기로 이름난 영국이지만, 자연과 소통하며 영적인 삶을 산다고 하는 그녀의 말을 믿기로 했다. 첫 번째 여행지는 노벨상 수상자를 무려 94명이나 배출한 케임브리지 대학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하나의 대학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31개의 칼리지를 종합해서 일컫는 말이다.

오늘 방문할 트리니티 칼리지는 무려 노벨상 수상자 32명을 배출하기도 했지만, 케임브리지 대학 내 규모가 가장 큰 대학이다. 바이런, 워즈워스, 뉴턴, 베이컨,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박사, 찰스 황태자 등이 졸업한 곳이다.

여행은 가이드에 따라 여행의 맛도, 느낌도 다르다. 나는 차에 올라 은근슬쩍 가이드를 훔쳐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20년 전에 영국에 공부하러 와서 직장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고 눌러앉았다고 한다.

캠퍼스가 밀집된 시티에 내려 캠 강으로 향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강대국, 전통과 명예를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즐비하게 늘어선 오래된 건물들이 역사를 말해준다. 한국의 곡선미가 주는 부드러운 이미지보다는 위상과 권위를 나타내는 인물과 문장이 장식되어 웅장하다.

건축물과는 달리 유유자적하게 펀팅 하는 캠 강은 평화롭기만 하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명소 중 하나인 수학 다리가 내다보이는 다리에 서서 물길 따라 눈으로 노를 저었다.

트리니티 칼리지 정문 옆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사과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뉴턴이 실험하던 사과나무의 분신이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잎이 제법 무성하다.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과 울타리가 나지막이 처져 있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한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있다. 일행 중 몇 사람이 그 흔적을 찾아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가 안내원에게 경고를 받고는 꽁지를 빼며 그림자를 감췄다.

학교 창시자인 헨리 8세의 동상과 문장이 새겨진 정문을 통과하면 장미 넝쿨로 뒤덮인 건물과 정원 가운데 분수대가 있다. 당시 물이 많이 부족해 학생들은 이곳에서 세수와 발을 담그며 즐겼다고 한다. 특히 바람둥이 바이런이 나체로 목욕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갔을 때 분수대는 물을 뿜어 올리지 않았다. 다리를 약간 절었고 많은 여인이 동경했던 바람둥이 바이런을 생각하며 혹시나 어떤 영감이라도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 분수대 앞을 서성거렸다. 바이런….

워즈워스가 시계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정해 공부를 했다던 그레이트 홀 앞에는 시계와 이 대학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 학교 출신의 동상과 금으로 새겨진 유명인들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판화가 있다. 짓궂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각자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인물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레이트 홀은 전시장, 예배당, 납골당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홀 지하에 이 학교 출신 바이런, 뉴턴 등 600여 명이 묻혀 있다고 하니 선뜻한 기운이 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니까 망정이지 만약 나 혼자 이곳을 둘러본다면 머리끝이 쭈뼛 섰을 것이다. 그래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오면서 바이런 동상을 한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왔다.

트리니티 칼리지 안의 정갈한 잔디밭은 이 학교 교수와 정원수밖에 밟을 수 없다고 한다. 풋풋한 기운을 받고 싶어서 잔디를 밟고 싶었지만, 그냥 손으로나마 한번 쓱 만져봤다. 가이드에 따르면 학생 1000명에 교수 280명, 외국 학생이 52%, 교수 한 명이 학생 3.5명을 지도한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학교는 크지 않지만 전통과 명예를 소중히 하는 명문대학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그림을 그려보는 트리니티 칼리지를 빠져나와 600년 전통의 파스타를 자랑하는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고 브론테 자매를 만나러 하워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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