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청논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3.12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려면
김 병철 <논설위원>

우리가 함께 부둥켜 안고 살아가는 한반도 땅덩어리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도덕성과 사회적 윤리, 가치관, 시민의식이 잘 융합되어 일사불란하게 유기적으로 작동되는가

어느 누구도 이점에 있어서 확실하게 '예, 아니오'를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답하기에는 무언가 뒤가 구리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영 찜찜한 구석이 판단의 사고와 입술을 묶어버린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결과보다는 정상적인 하나의 '과정을 존중'해 주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소위 '거꾸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이야기는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서울에만 가면 된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한 예다.

이러한 관념들은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적인 것을 대체하도록 하는 목적과 수단의 혼돈현상을 가져와 사회의 기초질서를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기현상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상대를 속이고 이익을 강탈하는 사기, 시험 볼 때 남의 것을 훔쳐보는 부정행위, 대리행위, 숙제 베끼기, 남의 창작물을 그대로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표절, 경쟁기업의 제품을 모방하여 진품인양 만들어 내는 짝퉁 등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영역에 침투해 있는 결과 위주의 그릇된 사고방식들은 우리 사회를 조금씩 좀 먹는 해충이 되어버렸다.

해충은 한번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지는 않지만 조금씩 갉아먹어 존재 자체를 멸망에 이르게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지식사회를 뒤흔들어 버린 '표절'이란 해충이 사회의 암적 존재로 부상되고 있다.

표절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남의 작품이나 학설 따위의 일부를 허락없이 몰래 따다 씀'이라 돼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남이 이루어 놓은 창작물을 훔쳐가는 일종의 '지식 도둑질'이다. 이는 표절하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가져다주는 전염병적인 행위로써 우리 사회 구석구석 깊은 곳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모방되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물건 등을 훔쳐가는 것을 도둑질로 인식하였으나, 지식사회인 오늘날 지적 결과물에 대한 도둑질은 더 큰 범법행위이다.

표절의 문제는 차원 높은 대학사회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동료가 한 숙제 베끼기, 숙제 대신해 주기 등 범죄의식 없이 행하여졌던 사소한 것들이 표절의 초기단계이다. 학년을 올라가면서 한 차원 높게 나타나는 표절은 시험부정행위이다.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이루어지는 커닝은 표절의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들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리포트는 또 다른 차원의 표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라는 형식으로 리포트 대행 전문업체로부터 리포트를 구입하여 제출하는 행위는 지식사회의 미래를 암울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죄악이다.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도 빈번히 발생되는 표절 문제는 완전히 무임승차형 표절이다. 제자들의 논문에 이름 끼워 넣기, 타인의 논문을 정당하게 허용된 인용부호 없이 자신의 것인양 베껴 넣기 등은 '관행'이라는 궤변으로 무마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이제 우리사회의 시스템을 처음으로 되돌려 다시 시작해야한다. '표절은 처벌받아 마땅한 도둑질이다','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사용할 때는 올바르게 출처를 밝히고 인용한다'라고 하는 원론적인 교육을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부터 체계적으로 학습하여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깨우치도록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3월은 초·중·고·대학이 신입생을 받아 활기찬 계절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숙제를 표절한 것으로 만드는 바보가 아닌 올바른 인용을 학습하는 신입생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