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부모가 교무부장인데 괜찮나"…"관행이라 괜찮아"
"쌍둥이 부모가 교무부장인데 괜찮나"…"관행이라 괜찮아"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8.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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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시험 문제 유출 의혹 강남 숙명여고 도덕적 해이 심각
쌍둥이 부모 교무부장 시험지 검토 및 결재 50분간 혼자 진행



서울 강남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 특별감사 결과는 그야 말로 충격적이다.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음에도 시험문제를 검토·결재하는 교무부장직을 맡는 것에 대해 "관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안일한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는 게 특별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 사이 아이들을 위한 배움의 공정성과 형평성이라는 가치가 철저하게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재 숙명여고 현직 교무부장이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자신의 쌍둥이 자녀들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사를 실시해 해당 교무부장과 교장·교감에게 중징계, 고사 담당 교사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 학업성적관리지침에 따르면 학교 내 교원 자녀 재학 시 자녀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문항 출제와 검토에서 관련 교원은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쌍둥이 자녀 아버지인 이 학교 교무부장은 2016년부터 정기고사 출제문제와 정답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녀가 속한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6회에 걸쳐 검토하고 결재했다.



특히 고사 담당교사가 수업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경우 교무부장이 단독으로 고사 서류를 검토하고 결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사 담당 교사가 교무부장에게 결재를 요청한 뒤 수업에 들어가면 혼자 검토하고 결재했다는 사실을 교무부장이 인정했다"며 "교무부장에게 단독으로 노출된 시간이 최장 50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시험 볼 때마다 그렇게 해 왔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애초부터 이 학교 교장·교감이 교무부장의 자녀가 재학 중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교무부장을 해당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침이 명확하게 있기에 교무부장을 해당 업무를 배제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임에도 쌍둥이 학생의 부모가 교무부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 위치에서 검토 결재를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장·교감 뿐 아니라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교사들도 교무부장의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단 한명도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보통 상식적인 학교는 문제제기를 하고 논의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을 텐데 이 학교는 이런 것을 알면서도 선생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 (비정상적인)라인이 그대로 있었다"며 "보통의 학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숙명여고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는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도 이번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해당 교무부장은 교무부장을 맡게 된 2016년 당시 교감에게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예정이라 교무부장을 맡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지만, 교감은 "무슨 상관이냐.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 왔다. 관행이라 괜찮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감은 또 "직전 교감도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교무부장을 믿는다"고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전 교감도 재직 시에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녔으며 시험 결재권한에서 배제되지 않은 사실이 이번 조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교육당국의 직접적인 처벌 권한이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은 징계 요구를 해도 (사립학교측에서)징계 수준을 낮춘다든지 아예 이행하지 않아도 사학법 상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다만 예산 등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차선택을 찾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험지를 유출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사건 역시 교무부장이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또 "이번 사안의 경우 시험관련 자료의 유출 여부가 핵심인데 교무부장이 해당 학년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검토·결재하는 과정에서 정기고사 자료를 유출했을 개연성이 있지만 감사로는 이를 밝힐 수가 없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교육청은 해당 교무부장이 시험 문제를 유출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감사에 따르면 쌍둥이 자녀는 문·이과로 나뉘기 전인 2017년 1학년 2학기 수학과목 시험 중 1문제에 대해 시험 후 정답이 정정된 문제의 '정정 전 정답'을 나란히 적어 냈다.



이후 2학년 부터 문과와 이과로 갈리면서 같은 시험 문제를 풀 일은 없어졌지만 이과 자녀는 6개, 문과 자녀는 4개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각각 냈다.



문과·이과 각각 1등인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2등 학생과 월등히 차이가 난다는 점도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2등부터 10등 까지 성적은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데 1등과 2등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수업시간에 문제 풀이가 안됐지만 성적만 좋게 나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 풀이 안된 것은 없다. 담임은 똘똘하고 성실한 얘들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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