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모텔 청소년 탈선 장소로 변질
무인모텔 청소년 탈선 장소로 변질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8.08.28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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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친구·선배와 술마시던 여중생 사망 … 출입 관리 허술
신분증 투입구 설치 무용지물 … 신원 노출·개인정보 도용 우려
김영식 교수 “무인텔 출입제한 법규 마련 만이 확실한 방법”

“신분증이요?! 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어요.”

무인모텔이 청소년 `탈선' 장소로 변질됐다. 청주에선 여중생이 친구, 선배와 함께 무인텔에서 술을 마시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허술한 출입 관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 무인텔서 친구·선배와 술 마신 여중생 사망

28일 청주 흥덕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5시57분쯤 청주시 흥덕구 한 무인텔 객실에서 술을 마시던 A양(13)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양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친구와 선배 5명과 함께 입실, 주변 편의점에서 산 소주 6병과 맥주 1병(1.6ℓ)을 나눠 마셨다. 이 과정에서 A양은 소주 한 병 가량을 한 번에 들이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술에 취한 A양은 침대에 누워 잠을 자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양은 호흡과 맥박이 없던 상태였다.

당시 A양 친구는 출동 구급대원에게 “30분 전에 엎드려 잤는데 다시 보니 숨을 안 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A양은 하루 뒤인 27일 끝내 숨졌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A양이 사망한 원인은 `심정지로 인한 허혈성 뇌손상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 뻥 뚫린 청소년 출입 관리…비극 불렀다

취재 결과 A양 일행은 무인 결제기를 이용, 단돈 2만원에 방을 빌렸다. 결제기는 신분증 투입구를 갖춘 모델이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대낮 10대 남·여 청소년 6명이 혼숙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다.

무인텔 관계자는 “결제기에 돈만 넣으면 카드로 된 방 키가 나온다. 신원 노출, 개인정보 도용을 우려하는 손님이 많아 신분증을 넣게 하기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도 부재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무인텔은 직원 한 명이 출입을 관리한다. 해당 직원은 카운터에 상주하면서 모텔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미성년자 여부를 판별, 출입을 제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당시 이 직원은 별도 업무를 처리해야 했던 탓에 A양 일행이 방을 빌리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출입을 관리하는 직원이 손님 응대 업무로 바빠 (A양 일행의)출입을 막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방을 빌린 건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청소년 무인텔 출입 막을 방법없나?

무인텔 대부분은 CCTV를 통해 손님 출입을 관리한다.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무인텔에 종사자가 없을 경우 청소년 이성 혼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투숙객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도록 했다. 성매매에 나선 청소년 출입을 막지 못한 무인텔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개선안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종사자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값 비싼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종사자의 감(感)만으로 성인 여부를 판단, 청소년 출입을 막고 있다는 얘기다.

청주지역 한 무인텔은 “성인 여부는 육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CCTV를 보고 어려보인다 싶으면 신분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주먹구구식 정책 보다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신원 확인 의무화와 같은 강력한 법 테두리 만이 청소년의 무인텔 출입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견해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미성년 혼숙 문제와 관련, 무인 영업의 경우 업주가 고객의 신원을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며 “결국 청소년의 무인텔 출입을 막기 위해선 법규 마련 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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