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행복
작지만 큰 행복
  •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 승인 2018.08.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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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이명순 음성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한국어 강사

 

새벽에 일어났다가 다시 자려는데 카톡이 울린다. 누굴까 하며 보니 친구가 카톡으로 음악 한 곡을 보냈다. `새벽 통화'란 제목의 처음 듣는 곡인데 노래하는 사람도 읊조리듯 잔잔하게 부른다. 노랫말이 친구의 전화 목소리처럼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이게 얼마 만이야 목소리 들으니 좋구나 / 많이 그리웠는데 연락 좀 하지 그랬어 / 아무 의미 없는 얘기도 반가웠을 거야….”.

그래, 아무 의미 없는 얘기도 반가웠을 거야. 친구란 그런 거 아닐까? 가끔씩 그립고 별다른 할 말이 없어도 목소리 들으면 그냥 좋은 그런 거지. 가끔 한 번씩 생각나면 전화해줄래. 노래를 반복해 들으며 친구에게 말하듯이 나도 모르게 입으로 흥얼거렸다. 내가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 친구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속내를 들여다본 듯 어느 가수가 그대로 부르고 있었다.

난 친구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현재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같은 모임 회원이거나 직장 동료다. 동창회에 참석도 안 하니 학교 친구들도 안 만난다. 그저 이웃사촌으로 가까이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만날 뿐이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고 함께 하는 친구기도 했다. 그런 내게 선미는 아주 특별한 친구다. 멀지도 않은 서울에 사는데 지척이 천리라고 우리 만남은 늘 어렵게 이뤄진다. 서로를 너무 배려하는 건지 자주 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아니다. 바쁜 일상 중에 문득문득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누군가 먼저 전화를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다. 그리고 마침 생각이 나서 전화하려고 했는데 먼저 해주니 서로 고맙다고 한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지난번 만났던 그 이후로 순간 이동한다. 떨어져 있었던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잘 지냈느냐는 안부 한 마디에 서로의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이된다. 즐거웠던 시간은 같이 기뻐해 주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토닥토닥 위로가 된다. 마음에 쌓였던 삶의 응어리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그리고 노랫말처럼 아무 의미 없는 얘기도 반갑고 의미 있는 얘기는 더 반갑고 고맙다.

전에 `공감과 소통'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강사는 24시간이 온전히 주어진다면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직장인으로 살아온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었다. 자유로운 시간에 경제적인 여유까지 주어진다면 할 일이 무궁무진 많을 것 같은데 익숙하지 않은 자유로움에 우린 잠시 망설여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한한 계획들을 쏟아냈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선미였다. 둘이 오붓하게 조용한 숲 속 오두막에 가서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늘 그리워하는 친구였기에 특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함께 하고 싶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도 듣고 살아온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친구가 보내 준 음악을 들으며 나는 다시 친구와 함께 숲 속으로 걸어가고 싶다.

“별일 없이 지낸다니 다행이구나 / 나도 잘 지내고 있어 별다른 일 없이 / 힘들 때도 가끔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 / 한 번씩 생각이 나면 이렇게 전화해줄래” (한올-새벽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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