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미래, 초록 엄지~~척!
숲의 미래, 초록 엄지~~척!
  • 이창규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장
  • 승인 2018.08.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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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창규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장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영어로 표현하는데 내용이 재미있다.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은 그린 썸(green thumb) 즉 녹색 엄지의 소유자라고 한다. 반면에 식물을 잘 죽이는 사람의 경우 브라운 썸(brown thumb)이라고 해서 손만 대면 갈색으로 시들어버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식물을 관리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고 없음을 표현하는 것인데 99%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1%의 한계가 어느 분야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눠본다.

정원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지역마다 지방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또한 생태건축 개념이 도입되면서 공공기관의 청사나 기업체 로비에 실내정원을 만들어 건축물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옥상녹화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개인의 주거공간에서 홈가드닝이라고 불리는 미니정원을 가꾸고 있으며 실내 식물을 테마로 하는 인테리어 산업도 각광을 받고 있다.

원예치유라는 말이 등장한지 이미 오래되었다. 18세기 말 미국에서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이군인들의 재활 프로그램에 활용되면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최근에는 농업치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정책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59%가 전원생활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선택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었다. 전원생활이 풀 한포기, 꽃 한송이 직접 접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자연과 식물에 대한 동경은 인류의 DNA에 깊숙이 내재되어 있는 숙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관심은 21세기에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다.

중국의 오랜 속담에 이르길 `진정한 인생은 정원 일을 시작하는 날 비로소 시작된다.'라고 하였다. 독일의 대문호인 헤르만 헤세는 정원 일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은 하나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식물을 가꾸는 일 그리고 식물이 모여서 이루는 정원을 가꾸는 일에 인생과 나라가 거론되는지 의아해 할 일이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무수한 생명과 그 생명력에 깃들어 있는 우주의 신비로운 질서를 이해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해답은 간결해질 것이다. 본질적인 근원과 이해를 구해보자는 노력인 것이다.

`초록 엄지를 기르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공부하며 일상에서 초록 영역을 넓혀가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초록엄지와 걸맞은 신조어가 있는데 바로 반려식물이라는 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에 육박하고 관련 산업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도 이에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식물이 갖고 있는 정서적인 안정과 함께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공기정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소위 반려식물 전성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대기 불안정이 삶의 곳곳에서 큰 영향으로 받고 있다. 범지구적인 기후변화 몸살 앞에서 현대문명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명은 사라진다는 경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우리의 회색문명 역시 사라진 문명 위에 존재하는 것이지 않겠는가. 초록 엄지를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오늘, 우리 모두의 소망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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