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
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
  •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 승인 2018.08.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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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무각 괴산 청운사 주지스님

 

靑山疊疊彌陀窟(청산첩첨미타굴)첩첩산중 푸른 산은 아미타불 법당이요.

滄海茫茫寂滅宮(창해망망적멸궁)망망대해 푸른 바다 부처님의 적멸보궁이네. 반갑습니다. 『無門關』 공안으로 보는 자유로운 선의 세계로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괴산 청천면 지경리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고 청량한 한 줄기 바람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보니 무더위도 이제 가시고 공부하기 좋은 계절이 오려 나 봅니다. 이 시간에는 『無門關』 제 2칙 백장야호(百丈野狐)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장 회해 선사께서 설법을 하실 때에 한 노인이 와서 늘 대중들 뒤에서 열심히 듣고 있다가 대중이 물러가면 함께 물러가곤 하더니 어느 날은 설법이 끝나 대중이 다 물러갔는데도 그 노인만은 남아 서 있었습니다.

하루는 백장 선사께서 이를 이상히 여겨 누구시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러자 노인 말이 “저는 사람이 아니올시다. 옛날 가섭불(迦葉佛) 당시 이 절의 주지였습니다.”라고 하면서 “그때 어느 학인이 대수행인(大修行人)은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 하고 묻기에 제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느니라.'하고 대답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오백생(五百生) 동안 여우의 몸이 되었으니 선사께서 한 말씀으로 이 여우의 몸을 벗어나게 해주시기를 청합니다.” 하고 “대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집니까?, 안 떨어집니까?”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때 백장 선사께서 “인과에 매(昧)하지 않느니라.”라고 하시자 노인이 그 말끝에 大悟(대오)하여 인사하고 “제가 이미 벗어 버린 여우의 몸이 뒷산에 있을 것이오니 스님께서 죽은 스님(僧)같이 장례를 치러 주시기 바랍니다.”하였습니다. 백장 선사께서 유나(維那)를 시켜 식후에 죽은 스님의 장례가 있다고 대중에게 고하게 하시니, 모두 평안하여 涅槃堂(열반당)에 한 사람의 병자도 없었는데 어째서 죽은 스님네 장례가 있다고 하느냐고 대중이 수군댔습니다. 식후 백장 선사께서 대중을 데리고 뒷산 바위 밑에 이르러 지팡이로 죽은 여우를 끄집어내어 화장(火葬)을 하셨습니다.

백장 선사께서 저녁에 법당에 나와 대중에게 앞의 인연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이때 황벽(黃蘗) 스님이 일어나서 “고인(古人)이 말 한마디를 잘못 대답하여 오백생 동안 여우의 몸이 되었는데 만약 잘못 대답하지 않았다면 무엇이 되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백장 선사께서 “앞으로 가까이 오라. 그대를 위해 가르쳐 주리라.”하셨는데 이에 황벽스님이 가까이 나아가자마자 백장선사는 황벽선사의 뺨을 한 대 후려치고 선사께서는 박수를 치고 웃으시며 “과연 그렇구나.! 오랑캐의 수염은 붉다더니 여기에도 또 붉은 수염 오랑캐가 있구나!.”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百丈 禪師(720~814)의 호는 백장이고 이름은 懷海(회해) 입니다. 백장 선사는 항상 부지런하게 일하기로 유명했는데 一日不作(일일부작)이면 一日不食(일일불식)이라 즉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굶는다는 신조를 철저하게 지키신 분입니다. 한때 제자들이 자신들의 스승이 늙은 몸으로 힘들게 일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호미와 괭이를 감추었는데 선사께서 식사를 전폐해 버리자 하는 수 없이 호미와 괭이를 도로 내드렸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無門關』 제 2칙 백장야호(百丈野狐)를 계속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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