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근교에는 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나지막한 산이 있다. 동쪽에는 우암산, 서쪽에는 부모산, 북쪽에는 백화산, 남쪽에는 양성산이 그렇다.
모두 300m 전후의 산으로, 주말 아침 일찍 나서 한 바퀴 돌고 내려와 점심을 먹거나 점심 먹고 한 바퀴 돌고 가족과 함께 저녁 외식하기 딱 좋다. 그래서 어느 산을 가나 아는 사람 한두 명은 꼭 만나기 일쑤다.
그중 나는 부모산을 자주 오른다. 야트막한 산이기에 해가 길어지는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퇴근 후 산에 오르기도 한다. 빠른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기에 숲 속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짝 땀을 흘릴 수 있어 저녁 운동으로 안성맞춤이다.
해질 무렵 부모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청주시의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있다. 복대동 초고층 아파트와 청주산단, 오창산단의 역동적인 불빛은 우리 흥덕구가 청주 경제의 1번지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왼쪽으로 산을 끼고 돌면 보이는 동쪽에 우뚝 솟은 우암산과 그 아래 용정·용암동의 야경도 멋지다.
새해 첫날 개최되는 부모산 해맞이 행사에서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두 손 모아 간절히 한 해 안녕을 기원한다.
연화사에서 포장된 임도로 내려오면 아양동 마을로 이어지고 나무계단의 숲길로 빠지면 중부고속도로 굴다리를 통해 강서초등학교 쪽으로 나올 수 있다.
정상에서 진약고개로 내려오면 남향에 고즈넉이 형성된 주봉마을과 주봉저수지를 만날 수 있다. 봄이면 벚꽃과 살구꽃, 여름이면 초록의 연잎과 분홍빛의 연꽃이 만개해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을에는 멋진 단풍 덕분에 오르는 다양한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다.
또한 푸르미 스포츠센터, 지동 과수원, 원앙방죽 등 사방으로 진입할 수 있는 등산로가 많아 언제라도 쉽게 산을 접할 수 있다. 2013년에는 둘레길을 조성해 산 중간으로도 부모산을 한 바퀴 돌 수 있어 주민에게도 인기가 좋다.
이 부모산에서 올해도 부모산성 달빛야행이 열린다. 8월 28일, 보름달과 함께한다.
달 밝은 부모산에 LED 풍선으로 멋진 조명을 더하고, 동심의 사람들은 미키마우스 야광 머리띠를 하고 세일러 문의 별 모양 야광봉을 들고 산에 오른다.
문화해설사는 부모산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정상 잔디밭에서는 작은 음악 공연이 열린다. 통기타와 색소폰의 선율이 둥근 달과 어울려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옛 추억을 꺼내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둥근 해를 보며 빌었던 소원도 이제는 둥근 달을 보며 다시 한 번 간절하게 빌어본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이웃 등 많은 주민이 함께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웃는 구민, 모두가 행복한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유난히도 매섭던 무더위도 한풀 꺾여 바람이 선선하다. 부모산 달빛 아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