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원 카드 또 꺼낸 교육부
재정지원 카드 또 꺼낸 교육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8.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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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눈뜨고 나면 바뀌는 게 한국 교육정책이다. 지속성은 둘째치고 일관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정책을 바꾸면서도 핑계도 많다. 융복합 지식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고,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매번 거창한 구호를 내걸지만 결국은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밑밥이었다.

교육부가 최근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발표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고, 교육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실망감을 안겨줬다.

대입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하겠다며 1년여 끌어온 대입개편안은 결국 수능(정시) 선발 비율을 30% 높이고, 영어와 한국사에만 적용됐던 절대평가를 제2외국어와 한문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교육부는 각 대학에 자율적 선택하도록 권고하되 이를 충족한 대학에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재정지원 카드를 꺼내는 교육부의 술책은 이번에도 등장했다.

교육부가 올해 선정된 고교교육기여대학 68교에 편성한 예산은 총 553억원이다. 많으면 수십억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고교교육기여대학 사업에 전국에서 94교가 신청했지만 26개 대학은 고배를 마셨다.

올해 이 사업에 선정된 공주대는 13억1400만원, 천안 순천향대는 10억2400만원, 충북대는 9억2100만원, 한국교통대는 5억81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입시전형료 폐지,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압박을 느끼는 대학으로선 지원받은 예산이 단비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대학으로선 선택 권한이 사실상 없다. 교육부가 원하는 정시 확대를 안 하면 예산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늘 그랬다.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추진한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 역시 대학의 자율권은 없었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의 예산 배정에서 배제돼 대부분 대학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해야만 한다. 물론 2011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는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대학들은 매년 3~4% 등록금을 인상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또한 국가장학금을 포기해야 하는 게 문제다.

교육부가 대학 총장 직선제 폐지에 나섰을 때도 역시 재정지원을 앞세웠다. 대표적인 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대학을 옥죄기도 했다.

중학교에 전면 시행한 자유학기제 역시 대학 평가 항목에 포함시켜 재정지원에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교육부가 당근과 채찍을 양손에 쥐고 대학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오로지 교육부 눈치만 봐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시 비율을 일정 수준 높여야 당근을 받는다. 여기에 다음 주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른 교육부의 채찍을 맞아야 한다.

일의 효율성을 높일 때 사용하는 전략이 당근과 채찍이다.

당근을 받으면 스스로 잘했다는 성취감을 갖게 되고, 채찍을 받으면 스스로 잘하겠다고 싶은 동기부여가 돼야 한다.

문제는 대학입장에서는 교육부의 당근도 채찍 같다는 점이다. 교육부 스스로 당근인지 채찍인지 분간 못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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