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빨간우의' 무혐의 알고도 백남기 부검영장에 적시
경찰, '빨간우의' 무혐의 알고도 백남기 부검영장에 적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8.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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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근거없는 음모론 적시해 영장 신청
집회 직후 이미 빨간우의 신원 파악해 조사

다른 혐의로 검찰 넘겨놓고 영장엔 딴소리

"백씨 폭행해서 골절 발생했을 거라는 의혹"



경찰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과 일명 '빨간우의'와는 관계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백씨의 부검 영장을 받기 위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간베스트(일베)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음모론이 퍼진 가운데 경찰이 사망 책임을 회피할 용도로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를 부린 격이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21일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유사사건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의 개선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백씨의 사망 직후 온라인 공간에서는 '빨간우의 가격설'이 떠돌았다. 빨간 우의를 입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 백씨를 몸으로 덮치며 가격했고, 이것이 백씨의 상해 원인이라는 내용이다.



2016년 9월25일 백씨에 대한 부검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되자 다음날 경찰은 2차 부검영장 신청서에 "사건 발생 직후 불상의 시위참가자(빨간 우의)가 쓰러진 백남기씨를 향해 폭행을 가해 이‹š 골절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SNS를 통해 제기됐고 일부 정치인도 명확한 진상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실이 있다"고 적시했다.



경찰의 살수가 아닌, 제3의 외력에 가격당해 백씨가 사망했다는 외부 의혹을 거론한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경찰은 조건부 영장을 발부받았다.



문제는 빨간 우의 참가자와 관련해 경찰이 이미 집회 직후인 2015년 11월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서울대병원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와 면담한 결과 빨간 우의를 비롯한 외력에 의한 가격 여부는 부상의 부위 및 정도, 영상의 모습 등에 비춰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관련 채증자료를 분석해 빨간 우의의 구체적 신원을 파악했고,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그를 단순히 집시법, 일반도로교통법 등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 후 경찰은 부검영장을 신청할 때까지 약 300일 동안 이 혐의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다가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가고자 음모론을 꺼내든 것이다.



이에 더해 경찰은 유족들이 부검 반대 입장을 일관되게 나타내자 영장 집행을 위해 경력 59개 부대, 약 5300여명을 편성하기도 했다.



빨간 우의를 입고 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A씨는 백씨가 사망한 뒤인 2016년 10월 모습을 직접 드러내고 본인에게 쏟아진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경찰이 영장에 자신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진 상황이었다.



A씨는 당시 "경찰은 지난해부터 진행된 조사에서 집회 참석과 관련된 사항 외에 백씨에 대한 내용은 묻지 않았다"며 "일베 등에서 제기되는 주장이 너무나 엉터리라 굳이 대응하지 않았는데 검찰과 경찰이 조사하겠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농민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백씨의 외침에 돌아온 것은 경찰의 폭력이라는 것이 게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사위는 경찰이 빨간우의 관련 혐의가 없음을 알면서도 부검영장을 발부받은 점, 이 영장을 유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행하기 위해 경력을 동원한 행위 모두 경찰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빨간 우의를 입고 있던 집회 참가자의 구체적 신원이 이미 밝혀졌고 다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에서 경찰은 이러한 사정을 법원에 고지하지 않아 법원은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서울 종로구 서린교차로에서 경찰의 살수에 의해 쓰러져 치료를 받던 중 2016년 9월25일 사망했다. 조사위는 경찰이 직사살수를 하는 등 집회시위에서 과잉진압을 벌여 백씨가 사망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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