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높은 프랑스인들처럼
자존감 높은 프랑스인들처럼
  •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 승인 2018.08.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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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이헌경 진천여중 사서교사

 

더운 날씨 탓에 서점에서의 피서를 즐겼다. 시간제한 없고 시원하고 쾌적하다. 앉을 좌석이 있고 텀블러 가득 담아 온 커피 한 잔으로 반나절은 거뜬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보다 한발 빠르게 신간을 접할 수 있다는 매력에 서점은 이번 여름 최적의 장소였다.

책은 한 번에 여러 권을 사서 한동안 식탁 위에 올려둔다. 나의 행동반경에서 가장 시선이 많이 머무는 곳. 며칠을 묵혀두고 책을 펼쳐본다. 책은 깨끗하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다 읽고 내지에 책을 읽은 장소와 날짜, 간단한 느낌을 한 줄 적어둔다. 그런데 이번에는 펜을 들고 밑줄을 쫙쫙 그었다. 시험공부 하듯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프랑스 아이와 한국 엄마의 프랑스 공교육 체험기를.

내 아이가 어렸을 적 읽은 파멜라 드러커맨의 `프랑스 아이처럼'과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나 역시 저자와 같이 아이의 수면 교육과 육아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깊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육아 방식과는 전혀 다른 프랑스의 육아 방식에 적잖은 충격과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만 남았었다. 그 의구심은 이 책을 통해 해결됐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목수정 글·생각정원·2018년)'를 읽고 한국과 프랑스, 각 나라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사회문화적 차이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회문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깨달았다.

`프랑스인들은 이기적이다'라는 말은 파멜라의 책을 읽고 친언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 언니가 꺼낸 첫마디였다. 프랑스를 여행한 적도 프랑스인을 만나 본 적도 없던 나였던지라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들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 높은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회가 뒷받침해주고 문화가 바탕이 되어 개개인이 높은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역량 중 중심키워드로 이야기되는 자존감.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 프랑스와 다르다.

프랑스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민윤리 시간에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인간의 존엄'이라 한다. 모든 인간에게 날 때부터 가진 천부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존엄이며 똑같은 방식으로 타인을 존중해야 함을 가르친다. 이는 `시민윤리'교육의 목표가 `미래의 책임 있는 시민'과 `비판적 이성을 가진 성숙한 시민'이라는 프랑스 교육의 목적에 부합한다. 이런 인간 존엄 교육이 개인의 자존감 형성에 힘이 되고 모든 사회문화의 근간이 되어 콧대 높은 프랑스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가정의 중심은 철저히 부부여야 한다. 엄마가 불행하면, 모두가 불행하다. 출산의 주체인 여성이 기꺼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방향으로 사회가 진화해온 결과다. 사회가 믿을만한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프랑스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근간이다. 아이는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라. 모든 것은 언어다.'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프랑스인의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육아와 교육에 대한 관점을 읽을 수 있다. 육아를 지나 프랑스의 학교 교육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아버지께 먼저 드리려 한다. 당신이 살아온 세상과 무엇이 다른지, 우리 역시 이렇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나누고 공감의 토대를 만들고 싶다. 더불어 `봉주르(안녕하세요), 실트플레(부탁합니다), 메르시(고맙습니다)'세상살이를 위한 프랑스인들의 세 가지 에어쿠션을 갖추어야겠다.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도 가르쳐주어야겠다. 보다 나은 너와 나의 관계를 위해. 보다 나은 너의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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