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시위대에 맞선 전직 야쿠자 `카운터스'
혐한시위대에 맞선 전직 야쿠자 `카운터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8.08.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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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화 감독 다큐 영화 … 반차별·반혐오 투쟁의 기록
혐오표현금지법 제정 이끈 시민모임 `카운터스' 조명
영화 '카운터스'의 한 장면
영화 '카운터스'의 한 장면

 

몇 년 전부터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 대해서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라는 단체가 있다. 카운터스는 극우단체 재특회의 혐오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시민 모임이다.

이 카운터스라는 단체를 지난 5년 동안 밀착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 `카운터스'. 지난주 광복절에 맞춰 개봉했다. 이미 지난해에 DMZ국제다큐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 상영돼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영화다.

`카운터스'의 초점은 카운터 운동을 처음 제창한 노마보다 이 운동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전직 야쿠자 출신 다카하시에게 맞춰진다. 그는 혐오시위에 환멸을 느껴 야쿠자 생활을 그만두고 카운터스에 가입, 현장 최전선에서 시위대를 제압할 그룹 오토코구미를 결성했다. 작가부터 음악가, 사진가, 저널리스트, 변호사, 배달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 조직에 합류했다. 그들은 “혐오는 남자가 할 짓이 아니다”라는 다카하시의 신념과 거친 말, 행동 이면에 숨겨진 그의 따뜻한 마음에 감화됐다고 말한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루지만 `카운터스'가 천착한 건 카운터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념구도다. 혐한시위대와 카운터스의 대결이 아닌, `일본 사회' 대 `인종주의자의 구도'로 혐오 세력을 제압해 나간다. 이와 함께 캐릭터들의 면면과 생각을 전면에 내세워 이들의 행동을 이끈 사회의 풍경을 전시한다.

다카하시와 대척되는 인물은 재특회 창설자 사쿠라이다. 그는 “혐오는 인간의 본성”이라며 끔찍한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많은 이들을 선동한다. 하지만 소수로 출발했던 카운터스는 점차 많은 이의 호응을 얻어 혐한시위대 규모를 넘어선다.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문제를 공론화하고, 언론과 정치권을 움직여 아베 정부 아래에서 일본 최초로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을 끌어내는 성과도 거뒀다.

연출은 재일 한국인 이일화 감독이 맡았다. 2013년 3월 처음으로 혐한시위를 목격한 그는 “다큐를 통해 일본 사회의 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혐오와 차별,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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