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진통
성장의 진통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8.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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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충 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111년 만의 폭염에다 태풍까지 비켜가는 바람에 바싹 말라가는 농작물들이 맥을 못 춘다. 들깨는 채 자라지도 전에 잎이 시들 거리고, 고추밭도 말라 죽은 고춧대가 반이다. 복숭아도 크게 열매 맺기도 전에 열과를 입어 터져 버린 게 많다. 올가을엔 추수할 곡식이 예년보단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아버지의 탄식이 새어 나온다.

올여름은 내게도 유난히 힘들었다.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사춘기 아들 때문이다. 작년에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1년 내내 특성화고로 전학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내가 설득도 하고, 상담 선생님 등 지인들을 만나 대화도 시도했으나 사춘기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결국 올 3월 초 특성화고 2학년으로 전학을 하였다. 특성화고등학교는 취업을 우선시하는 곳이므로 차분히 공부하는 분위기는 아닌가 보다. 막상 특성화고에 가서 기계 등을 다뤄보니 생각과는 달리 제 적성에 더 안 맞는다고 다시 입학했던 학교로 가고 싶어 하였다. 아들은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하고, 나는 학교는 다니며 졸업장은 따고 별도로 입시공부를 하자고 줄다리기 중이다.

요즘처럼 취업절벽에 청년실업이 정점을 찍는 시기에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의 어깨는 점점 늘어진다. 정해진 학력 코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거치며 힘겹게 공부하여 대학교에 가지만 취업난에 부딪혀 대학 시기에 방황하고 힘겨워하는 우리 자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 30~40년 전 대학생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야 대학교는 졸업하면 보다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졌고,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로 보았었다. 그러나 학생 수는 줄고 있고 대학은 많아져서 구조조정을 통하여 대학교를 정리하는 상황에서 나의 진로와 상관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는 것은 목적 없이 친구 따라 시장에 가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교육의 폐단을 없애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는 행복씨앗학교 등 혁신 학교를 운영하고,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운영 한다. 아이들의 숨은 재능과 끼를 찾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길을 가고자 하나, 아직도 사회의 잣대는 출신교와 지역의 담을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도 보수나 사회적 인식 등의 차별로 인하여 또 다른 좌절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이 늘고 부모에게 빨대를 꽂고 사는 캥거루족 또한 느는 것 아닌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고 인공지능(AI)의 기계와 공존하는 사회로 진입하였다. 빌 게이츠는 `향후 10년의 변화가 지난 50년 변화보다 클 것'이라고 했다. 지금 직업 중 10년~20년 사이에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고 하니, 그사이에 일어날 변화는 매우 충격적일 것이다. 온갖 역경을 잘 극복하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위한 튼실한 열매를 맺길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곡식이 열매 없는 빈 쭉정이로 남지 않기 위해 햇빛과 수분과 양분을 고루 받아야 하듯, 자녀도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져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할 테니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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