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화구곡
옥화구곡
  • 강민식 청주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 승인 2018.08.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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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선 -땅과사람들
강민식 청주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강민식 청주백제유물전시관학예실장

 

청주 신항서원을 둘러싼 향전(鄕戰)은 율곡 이이를 가장 위에 둔 것에 한산이씨 이산해 후손들이 불만을 드러냈고, 여기에 충암 김정의 후손들이 가세했다. 그들은 이득윤(李得胤, 1553~1630)을 기묘, 을사명현인 김정과 송인수와 함께 배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충암의 후손들은 상중(喪中)인 `그'를 찾아가 따졌다. 물론 `그'는 회피했다.

사실 이득윤은 송상현과 함께 1650년 배향될 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1656년 신항서원 위차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주김씨들은 이득윤 배향을 문제 삼았다. 이처럼 복잡한 위차 문제 속에 슬그머니 이득윤이 등장한다.

이득윤의 본관은 경주로, 그의 증조 이공린이 팔별(八鼈)로 유명한 아들들이 사화로 피해를 입자 처가인 청주로 낙향하였다. 미원면 가양리는 막내 이곤(李鯤) 후손들이 세거한다. 이잠(李潛), 이득윤 부자는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이곳 경주이씨들은 수락영당에 이제현 초상을 모시면서 대대로 세거하였다. 이득윤과 그의 선후 묘소도 이곳에 있다.

그런데 이득윤은 다른 제향인물들과 달리 잘 알려져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신항서원 원장을 지냈고, 무엇보다 우리 지역 경주이씨의 위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사실 이득윤은 방외인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다. 일찍이 서기(徐起)와 박지화(朴枝華)에게 배우고, 학행(學行)과 은일(隱逸)로 여러 차례 관직에 불려나갔다. 1623년 71세에 다시 천거되어 이듬해 괴산군수를 지냈으니 그의 마지막 벼슬이다. 성장하며 김장생과 교유하였고, 청음 김상헌이 지은 만사에도 역학(易學)에 조예가 깊었던 사실을 칭송했다. 또 금보(琴譜)를 집대성할 정도로 거문고에도 조예가 깊었다.

벼슬을 얻기 위한 공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편 그는 우리 지역의 명승인 옥화구곡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비록 1833년 뒤늦게 간행하였지만, 그의 문집 서계집에는 옥화구곡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 이황의 도산12곡을 본받아 서계육가(西溪六歌)와 옥화육가(玉華六歌) 등 12곡을 지었다고 하나 이마저 전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옥화구곡 자료는 후손 35세 이필영(李苾榮, 1853~1930)이 지은 시가 최초의 기록이다. 서시(序詩)와 함께 아홉 구비를 노래했다. 이 서시의 둘째 싯구, 선세반정이총재(先世槃停已摠裁)를 `선조 서계 선생이 이미 구곡을 정했다'고 해석한 이래 자연스레 이득윤의 옥화구곡 설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옥화구곡이 설정된 곳은 청주 남동쪽 한강, 달천 지류이다. 옥화구곡은 1곡 만경대, 2곡 후운정, 3곡 어암, 4곡 호산, 5곡 옥화대, 6곡 천경대, 7곡 어담, 8곡 후운정, 9곡 봉황대이다. 가장 하류인 만경대는 괴산군 청천면 후평리 인근이고, 9곡 봉황대는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필영의 싯구 이전 구곡을 아울러 노래한 시가 없다. 대부분 옥화대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 이득윤은 1607년 55세에 청주 서계(西溪)로 낙향하여, 옥화대에 춘풍당(春風堂)과 추월헌(秋月軒)을 짓고 유유자적하였다. 물론 문인 변시망(卞時益)이 지은 행장에 따르면 이득윤은 정인홍이 이언적과 이황을 무함하고, 인목대비를 폐위하자 벼슬을 뜻을 두지 않고 옥화대에 은거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곳 옥화대의 산수를 이구곡의 형상과 같이 여겨 9곡으로 이름하였다고 한다.

청주를 대표하는 옥화구곡은 설정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이득윤 당대의 기록에는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 1990년 5월 청원군은 군정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옥화구경(玉華九景)을 설정하면서 혼선을 더했다. 구곡이 하류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설정한 데 반해 구경은 상류로부터 아래로, 무엇보다도 당시 청원군 관내에 한정했다. 자연 보은 봉황대와 괴산 만경대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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