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5·18 행방불명자 가족들 유전자 확보
9년 만에 5·18 행방불명자 가족들 유전자 확보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8.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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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산·주남마을 유골, 무명열사 신원 밝힐 열쇠 될듯
광주시가 9년 만에 5·18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유전자(DNA)를 확보했다.



추가 확보한 유전자는 지난 1989년 1월 광주 부엉산 기슭에서 발견됐던 '부엉산 유골'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무명열사 5기, 주남마을에서 발견된 유골 2기의 신원을 밝힐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유전자 분석 공고를 보고 신청한 5·18 행방불명자 28명의 가족 37명 중 23명의 혈액을 채취했다.



시는 나머지 14명에 대해서는 오는 9월7일까지 혈액 확보에 나선다. 시는 혈액 확보 직후 '부엉산 유골', 국립5·18민주묘지 안장 무명열사 5기, 주남마을에서 발견된 유골 2기의 유전자와 대조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시는 전남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에 용역을 맡겨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4차례에 걸쳐 5·18 행불자 124명의 가족, 299명의 혈액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



이는 199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접수된 행불자 242명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기존에 확보했던 행불자 가족 299명의 유전자와 대조 작업을 맡겼으나 일치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5·18을 전후해 행방불명자로 신고된 이는 수백명에 달하지만 심사를 거쳐 관련자로 인정된 이는 82명에 그친다.



지난 2002년 유전자 감식을 통해 무명열사 6명의 신원이 밝혀졌다. 지금도 행불자로 인정된 76명의 주검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5·18 행불자 찾기는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유가족 미확인 유골의 신원을 밝히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부엉산 유골'은 지난 1989년 1월13일 광주 동구 녹동마을 인근 '부엉산' 기슭(해발 400m)에서 발견됐다.



유골의 두개골에는 지름 5㎝ 가량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1980년 5월 계엄군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녹슨 탄환 1500여 발과 M1 탄창 30여 개 등이 나왔다.



신고자 윤영길씨는 1980년 5월 말께 뱀을 잡기 위해 부엉산에 올랐다가 이 주검을 발견했지만, 겁에 질려 신고하지 않았다. 9년 뒤 유골 발굴 작업 추진 공고를 보고 5·18광주민중항쟁 부상자 동지회에 제보했다. 부엉산 일대는 5·18 당시 7공수·11공수가 주둔했던 곳이다.



부엉산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주남마을에서는 1980년 5월23일 계엄군의 두 차례 버스 총격으로 수십 명이 숨졌다. 살아 남은 2명은 마을 뒷산으로 끌려가 사살된 뒤 암매장됐다. 이 시신은 항쟁이 끝난 그해 6월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부엉산 유골'은 발견 당시 5·18 행방불명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유골의 두개골 부분을 검증한 연세대 김종렬(치의학) 교수는 '40대 초반 남자로, 발견 시점(1989년 기준)으로부터 최소 6년 전(1983년 이전) 사망했다'는 내용과 '공수부대의 총격 또는 곤봉에 맞아 숨졌을 가능성'을 담은 감정 보고서를 광주지검에 제출했다.



'부엉산 유골'은 금니를 한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사망 당시 흰색 운동화를 신었고 녹색 계열의 체크무늬 양복바지, 흰색 남방셔츠를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78년 이후부터 84년 사이 만들어진 24㎜ 필터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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