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의 아버지 리차드 해밀턴
팝아트의 아버지 리차드 해밀턴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18.08.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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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애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1956년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이것이 내일이다(This is Tomorrow)'라는 제목으로 한 전시회가 열렸다. 여기서 팝아트의 아버지인 리차드 해밀턴은 전시회의 포스터와 카탈로그를 위해 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그것이 팝아트의 고전이라 불리는 <무엇이 오늘날 우리의 가정을 그렇게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만드는가?>이다.

당시 전쟁 후 급속히 진행된 미국의 산업 사회로부터 각종 진보된 고성능의 소비재들이 영국으로 쏟아져 들어와 각 가정에는 편리한 생활용품들이 진열장처럼 나열되어 넘쳐나게 된다.

 

해밀턴은 미국 소비문화의 유입과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영국이 형성되어가는 다양한 면모를 이 한 작품으로 요약한다. 이 작품은 미국 잡지에 실린 광고 이미지를 혼합하여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를 다양한 대중문화의 표상으로 드러낸 콜라주 작품이다. 작품에서 그의 목표는 전쟁 후 의식 속으로 몰려들어오는 모든 최신의 욕망 상품들을 비좁은 거실 공간에 던져 넣는데, 이는 소비문화에 내재된 주체들의 욕구 반영이었다. 여기서 가정을 완성시켜주는 존재로서 한 남자와 여자를 배치하는데, 그는 이들을 아담과 이브라 칭한다. 이들은 지나치게 성적으로 과장되어 있고 정형화되어 있어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잡지 광고에 나오는 현대식 거실 이미지로서 당시 중산층의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 가정, 근육질의 강한 남편, 매력적인 아내, 집안일을 돕는 메이드, 해변에서의 휴가(카펫)……. 뭐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완벽한 가정이다.

해밀턴은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 작품의 특징에 영향을 받아 대중문화를 숭배와 냉소가 결합된 것으로 보는 분석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당시 사회의 양면적 가치를 이 작품을 통해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선 최첨단 기술이 가져다준 물질의 풍요가 장밋빛 미래를 이끌어갈 미래의 변화상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내부는 이러한 변화를 범주화할 수 없는 물신주의의 복잡한 결합들로 얽혀 있다는 냉소적인 시선이 그것이다. 그는 “대중매체의 설득적인 이미지에 의해 대중들은 디자인된다.”라고 말하며, 소비적이고 쾌락적인 것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사람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작품의 형식 면에서는 모더니스트회화의 자율성(autonomy)이 디자인의 논리로 전환되어 회화의 실험을 이어간 것이라 볼 수 있다. `순수미술과 대중예술의 연속체'를 넘나드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혼용 방식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시각적 단편들을 모은 수평적인 문화의 도표(tabulation)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소비주의 문화와 미국 대중문화의 유입에 따른 영국의 문화적 변화를 기록하고 일상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평론가 할 포스터(Hal Foster)가 “새롭게 등장할 팝아트 도상학(iconography)의 목록을 보여준 작품”이라 평했듯이, 대중매체의 이미지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이후 팝아트 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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