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고 살고 있습니까
누구를 믿고 살고 있습니까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8.08.15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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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폭염만큼 질긴 뉴스가 하나 더 생겼다.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소식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들이다. 명차의 대명사였고, 운전자들이 갖고 싶은 차의 하나인 BMW 일부 차종에서 운전 중 불이 난다는 황당한 뉴스가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다.

사건은 점점 심각해져 점검을 받지 않은 차들을 운행정지시키는 일까지로 확산했으니, 이제 이 차 문제는 국민적인 문제가 되어 버렸다.

BMW 차량 못지않게 눈에 띄는 소식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워마드'이다. 워마드(Womad)는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남성혐오 사이트이며, Woman(여성)과 Nomad(유목민)을 합성한 말로 알려져 있다.

워마드는 홍대 누드모델 몰카사건이 발생한 이후 남성 범법자에 대한 처벌은 약하게 하고 여성 피의자만 가혹하게 다룬다는`편파수사'논란이 불거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됐다. 이제는 워마드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성 편파수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무죄판결' 등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이런 현상들에 주목하는 것은 `신뢰의 배신'에서 오는 것들이 아닌가 하기 때문이다. 명차라는 믿음에 대한 배신, 국가가 성차별을 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의 무너짐에 대한 반발이 사회현상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다.

충청타임즈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흐름이 크게 감지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집단인 `지방의회', `국회의원', `공무원', `시민단체'에 대한 평가가 한결같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사실 좀 충격적이다.

지방의회가 잘 못하는 편이라는 응답(42.6%)이 잘하는 편(15.3%)보다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어쩌면 예상했던 결과지만, 지방의회의원의 해외연수를 폐지해야 한다(53.1%)는 응답에서는 도민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기존 정치에 대한 반감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어졌고, 세대교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잘한다는 응답(21.9%)이 국회의원(27.0%)보다 낮으니 공직사회가 도민들의 신뢰를 구하기에는 여전히 벅차다.

더욱이 이런 집단들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잘하고 있다는 평가(19.1%)가 못한다는 평가(30.8%)보다 크게 낮았다.

도대체 도민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나 대신 맡아서 일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진 사회, 견제나 비판이 통하지 않는 시스템, 모두 한통속이 아니냐는 자괴감,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만은 폭발하고, 분노는 더 커진다.

이런 불만과 분노가 긍정적 방향으로 선회해 새로운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기존 체제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결국 새로운 집단지성 시스템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본다. 상처받은 배신감을 치유하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뜨거운 여름날에 한줄기 소낙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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