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사는 방법
참새가 사는 방법
  • 김경순 수필가
  • 승인 2018.08.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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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김경순 수필가
김경순 수필가

 

마당을 가로 질러 매어 논 빨랫줄에 참새가 오종종 줄지어 앉아 있다. 그러다가는 곧장 닭장으로 날아가 앉는다.

성근 닭장의 철망새로 참새는 가뿐하게 통과를 해서는 닭 모이통에 들어가 배를 채우고 있다. 닭 모이를 주는 것인지 참새 모이를 주는 것인지 웃음만 나온다. 닭장 바로 옆에서 자라는 앵두나무와 산다래, 산머루 나무의 잎 위에는 참새 분비물로 온통 허옇다.

동이 트지도 않은 시간 수탉의 홰치는 소리는 새날의 시작을 알려준다. 그에 맞춰 들려오는 참새들의 외침들….

“짹짹 쩨쩨잭 짹 쩨쩨째재”

그 소리가 마치 요즘은

“밥 주세요, 어서 나와 보세요. 우리 아기 배고파요.”

라는 말로 착각이 들 정도다.

요즘 닭장주위에 앉아 있는 참새들을 보면 이제 겨우 부등깃을 막 면한 어린 참새들도 무리에 끼어 있는 것이 종종 눈에 띈다. 며칠 전에는 닭 모이통에서 먹이를 훔쳐 먹는 참새를 쫓을 양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소리를 지르니 참새떼가 순식간에 날아올라 닭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몇 마리가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어 유심히 살펴보니 아직 날갯짓이 서툰 어린 참새였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은 우리 집에 기거하는 참새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벌레를 잡고 낟알과 풀씨를 찾아 먹어야 할 참새의 배는 닭의 모이로 불리고 있다.

몸이 가벼워 날렵해야 할 참새가 얼마나 잘 먹었는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그래서인가 멀리 날아가지도 않는다. 행동반경이 닭장 주변의 앵두나무와 다래나무 그리고 마당에 있는 빨랫줄 정도다.

동물들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어미들의 모습을 점점 닮고 있는 제 새끼들이 모이를 먹을라치면 이리 쪼고 저리 쪼고 하는 어미 닭들이 참새들이 떼로 몰려들어 먹이를 약탈해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다.

참새들 또한 닭들이 전혀 무섭지 않은 모습이다. 덩치 큰 수탉이 모이를 먹으려 옆으로 가면 종종걸음으로 옆으로 비켜서서 먹기만 할 뿐, 도망갈 기색은 어디에도 없다.

참새는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먼 사람을 두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익제 이제현도 `사리화(沙里花)'라는 고려속요에서 참새를 두고 백성의 재물을 빼앗는 토호(土豪)와 관리로 빗대어 노래했다. 제 스스로 먹이를 구할 방법은 찾지 않고, 닭의 모이로 배를 불리는 참새들의 모습이 내 눈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참새들도 어쩌면 이것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람칼을 가르며 높이 날아 먹이를 찾는 새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진정한 삶을 배우며 살아간다.

오늘따라 우리 집 마당의 빨랫줄이 요란하다. 짹짹, 서로 좋은 자리 차지하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열한 마리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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