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역정을 이겨내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인생의 역정을 이겨내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8.08.15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대프리카, 서프리카 등 신조어가 탄생하는 최고의 폭염이 갱신되는 올여름입니다. 덥고 지루한 여름날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생각납니다. 안토니오 비발디는 근대 바이올린 협주곡 양식을 정착시킨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거장입니다. 독일에서 바흐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때, 이탈리아에선 붉은 머리 사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가 현악기를 위한 곡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비발디는 합주 협주곡을 창시한 작곡가 아르칸젤로 코렐리를 계승해 독주악기를 앞세운 독주 협주곡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현란한 테크닉으로 큰 울림과 화려한 장식음, 명쾌한 리듬을 내는 바이올린 족 악기의 눈부신 발달은 서양음악의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바이올린 족 악기란 4개의 줄을 화살로 그어 소리 내는 악기들을 말한다. 모든 악기 중 인간의 소리와 제일 흡사하다고 합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여기 속하는데, 바로크 시대에 급격하게 발달합니다. 결국 바로크 음악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의 악기였던 것입니다. 지금도 클래식 악기 하면 4개의 바이올린족 악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여론 조사를 할 때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전음악으로 꼽힙니다. 사계는 악장에 상관없이 전곡이 재미있어서 음악 애호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본인 자신도 비발디의 사계를 대단히 좋아합니다. 비발디는 성직자였는데 붉은 머리를 갖고 있어서 붉은 머리의 신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비발디는 많은 작품을 여러 분야에 남겼는데 그의 최고의 작품은 단연 사계입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도 역시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자신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소네트(유럽의 정형시의 한 가지로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작은 노래'라는 뜻)의 내용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있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너무나 멋진 음악입니다. 비발디 음악의 구조는 간단하며 생동감 있고 또 강렬한 면을 보여 줍니다.

비발디 사계 중 여름 소네트(정형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름의 1악장 `알레그로 논 몰토-알레그로'는 전체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찌는 듯한 날씨에 사람, 짐승 모두 지쳐 버린 모습을 묘사하듯 쉼표와 음표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나른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비둘기와 방울새 등 새들의 소리가 각각 개성적인 모티브를 통해 묘사되고 세 번째 부분에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는데, 16분 음표의 빠른 패시지가 엄청난 바람과 빗소리를 묘사하고, `2악장 아다지오-프레스토-아다지오'는 느리고 빠른 템포가 번갈아 등장하면서 천둥 번개의 긴장감과 그 사이에서 지치고 피곤한 양치기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3악장 프레스토'는 여름의 격렬한 폭풍우가 다시 한 번 몰아칩니다. 프레스토의 빠른 템포로 현악기 전체가 트레몰로로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선율을 연주합니다.

오늘도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전 세계의 수많은 연주 단체가 연주를 할 것입니다. 폭염이 새로운 기록들을 세우는 올여름 비발디의 여름을 들으며 시원한 언어가 가득한 시집만 한 권 있다면 더위쯤이야 식은 죽 먹기 아닐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