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
답답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13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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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3주년 - 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
임성재 칼럼니스트

 

충청북도 도민의 정치, 사회에 대한 인식관련 조사에서 `귀하가 민선 7기 단체장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충북도민들은 35.3%가 `경제 활성화'를 첫 손으로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부정부패 척결 23.7%, 지역개발 22.9%, 환경대책 11.6%라고 답했다. 현재의 답답한 경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이다.

그러나 도민이 요구하는 `경제 활성화'는 거대기업이나 자본의 투자유치보다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주목을 끄는 것은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개발'보다 `부정부패척결'을 더 바란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직도 우리 지역엔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토착화된 부정과 비리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특히 청주시민들은 부정부패척결에 27.9%가 응답해 단양군을 제외하면 도내에서 가장 높았다. 최근에 발생한 문화산업진흥재단의 시험부정 사례를 비롯해 시설관리공단 비리 등으로 나타난 부패도시 청주의 이미지를 바꿔달라는 단호한 요구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훨씬 높았다. `귀하는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4.6%, `잘하는 편이다' 10.7%로 긍정적인 답변은 15.3%인 반면에 `못하는 편이다'23.0%, `전혀 못하고 있다'19.6%로 부정적인 답변은 42.6%였다. 특히 시단위인 청주시민들과 충주시민들은 도내 평균보다 더 높은 47.9%와 45.3%의 부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지방의회의 역할이 부족한 이유로는 `지방의원의 자질부족'이 43.8%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소속정당 때문'이 27.5%. `부정부패'21.7% 순으로 나타났다. 이 질문에서는 청주시민과 충주시민의 답변이 엇갈렸는데, 지방의회의 역할이 부족한 이유로 청주시민들은 47.7%가 `의원의 자질부족'을 꼽은 반면 충주시민들은 `의원의 자질부족'은 25.8%로 낮은 반면 `소속정당 때문'이라는 답변이 39.4%로 도내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그리고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정당공천제에 대한 질문에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한다는 대답이 63.8%로, 현행유지 17.3%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작년 수해당시 연수를 빙자한 해외여행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해서도 53.1%가 폐지를 주장했고, 37.1%가 개선해야 한다고 답해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해 90%이상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지방의회는 크게 변해야한다. 먼저 도민들이 지방의회의 역할이 미흡한 원인으로 판단한 지방의원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원들 스스로가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의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국회의원을 본 따 보좌관제도 도입을 주장하기 보다는 먼저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한 두 사람의 파행적인 행동이 전체 지방의회를 욕 먹이고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도 스스로를 자제하고 자정할 수 있는 윤리위원회 같은 제도를 강화하여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또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가 63.8%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나 지방의회의 역할이 부족한 이유로 `자질부족'에 이어 `소속정당 때문'이라는 대답이 27.5%에 달한 것도 잘 새겨야할 대목이다.

이 대답에는 도민들이 바라는 바람직한 지방자치의 모습이 들어있다.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그들의 공천권한을 쥐고 있는 중앙당이나 당협위원장,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정당 간 대립하면서 붕당정치에 빠졌던 폐해를 청산하고, 지역과 주민을 위한 소신 있는 정치를 해달라는 요구이다. 지방자치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야말로 지방자치가 나아갈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도민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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