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과반이 배 곯는 시장
법인 과반이 배 곯는 시장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8.08.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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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메콩강은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이다. 길이 4350㎞의 물길이 6개 국가를 통과한다. 각국의 농업과 산업이 의존하는 중요한 수자원이다. 1978년 메콩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메콩강위원회'를 만들었다. 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환경과 안전을 확보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이 위원회에는 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4개 국만 참여했다. 상류의 중국과 미얀마는 등을 돌렸다.

최상류의 중국은 대규모 수력발전용 댐 건설에 적극적이다. 1995년 시작해 지금까지 8개를 지었고 앞으로도 20개나 더 만들 계획이다. 중국의 무절제한 댐 건설로 이미 하류 국가들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상류 댐이 가뒀던 물을 방류하면 범람이, 물길을 막으면 가뭄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지난 2016년 메콩강이 말라 거의 1세기만에 최악이라는 가뭄을 겪었다.

하류 국가들이 메콩강위원회를 만든 것도 지리적 이점을 악용해 메콩강 통제권을 장악한 중국의 과욕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중국이 메콩강의 최대 수혜국이면서도 메콩강위원회를 외면한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대신 하류 국가들에도 유수를 관리할 댐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물론 건설비용은 해당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중국이 상류에 계속 댐을 늘려가면 하류 국가들 역시 댐을 지어 강물을 관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곳곳에 물이 가둬지면 강의 오염과 고갈은 불가피해져 6개 국가 공동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한푼도 이익을 남기지 못한 법인이 26만4564개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라고 신고한 법인이 전체 신고법인(69만5445개)의 38%에 달했다. 수익이 1000만원을 넘지 않은 법인도 8만5468개나 된다. 전체 법인의 과반이 연간 1000만원의 수입도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절반의 법인이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지난해 정부가 거둔 법인세 수입은 전년보다 7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법인세는 법인이 올린 수입에 매기는 세금이다. 지난해 10대 그룹이 낸 법인세는 전년도 10조2700억원보다 72%나 늘어난 17조554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10대 재벌이 늘린 법인세가 정부가 거둬들인 법인세 증가분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시장에서 새롭게 창출된 이익의 종착지가 어디였는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은 지리멸렬 했지만 대기업은 분발해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미담은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삼성의 거국적 결단을 통해 비로소 완성됐다. 청와대가 은산분리 완화방침을 정하고, 김동연 부총리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직후 나온 발표였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갈구했던 일자리는 결국 정책이 아닌, 좋게 말해 산업권력과의 교감에서 창출된 셈이다. 아사 직전에 놓인 26만개 법인이 내지르는 신음소리는 정부와 삼성의 콤비 플레이에 파묻혀 버렸다.

몇몇 대기업의 성패가 나라경제를 좌우하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법인이 한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기형적 상황이 병존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애끗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단축 등에 책임을 묻는 비겁한 방식으로 피해갈 문제가 아니다. 극단적인 양극화 구조가 한국경제의 건강성과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인 법인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는 경고된 증세가 중증으로 치닫고 있다는 반증이다.

메콩강의 상생은 상류를 장악한 중국이 하류의 국가들을 배려하는 용단을 내려야 가능해진다. 댐 건설을 자제하고 하류에서도 필요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도록 공동관리에 동참해야 한다. 메콩강이 댐 천지가 돼 썩어가기 전에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목전의 이득을 포기할 가능성은 많지않다. 메콩강의 앞날이 목줄이 재벌에 잡혀있는 우리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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