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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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8.08.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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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小品文
강대헌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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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누군가가 투명인간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언제나 올까요? 서울에 6411번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불행하게도 유명을 달리한 정치인의 연설을 되짚어 봅니다.

“이 버스에 타시는 분들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새벽 5시 반이면 직장인 강남의 빌딩에 출근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시각이기 때문에 매일 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분이 어쩌다가 결근을 하면 누가 어디서 안 탔는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이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있었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머니입니다. 그냥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입니다…이분들이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 같은 사람을 찾을 때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들 눈앞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까. 그들의 소리가 들리는 곳에 과연 있었습니까.”

연설 전문(全文)을 몇 번이고 곱씹으면서 읽어도 보고, 연설 장면을 동영상으로 거듭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2010년 발행된 자신의 책에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던 그에게서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진정성이 주는 감동이라고나 할까요. 그에게는 함부로 폄훼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습니다. 그를 통해 정치는 우리 삶의 공학적(工學的) 환경이기에 더는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몰이해(沒理解)는 결국 피해와 상실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요.

한 TV 공영방송 심야토론에선 `좋은 정치'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으로 그를 추모했습니다. 여러 패널(panel)이 입을 모았습니다.

“좋은 정치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좋은 정치는 특권과 차별을 없애고, 서민과 약자를 보호한다.”

“좋은 정치는 성숙하고, 품격이 있다.”

“좋은 정치는 쉽고 간결한 언어로 대중과 소통한다.”

“좋은 정치는 국민의 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좋은 정치는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 representative democracy)를 적극적으로 실현한다.”

“좋은 정치는 맛있다.”

도올 김용옥이 그를 애도하며 보냈던 만장(輓章)의 뜻도 깊었습니다. “혁명지절암운농 찬연소거갱애상(革命之節暗雲濃 燦然消去更哀傷). 혁명의 시절 암운이 짙어져 찬연히 사라지니 다시 슬퍼 가슴 아파라.”

도올은 또한 그의 이름 석자를 형형한 불꽃처럼 기념했지요. `노()' 나라의 공자 같던 그가 사람을 “모으다가(會)” “찬란하게(燦)” 갔다고요.

좋은 사람이 하는 정치가 곧 좋은 정치가 아닐까요. 어리석은 사람에겐 행함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을 아무리 기다려준다 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평화가 들꽃처럼, 정의가 강물처럼!”이란 말을 외치면서 좋은 정치를 실천했던 노회찬(會燦)을 오래 기억하고 싶군요.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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