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과 고물
보물과 고물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8.08.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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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다는 돈스코이호. 소위 보물선이라 불리는 배다. 그런데 보물선 하면 해적선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해적선. 배를 타고 약탈이나 보물 사냥으로 먹고 산다. 돌아갈 고향을 잃고 염세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적으로 사리사욕을 위해 약탈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는 등 양극단이다.

그런데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공격하는 의적 같은 해적이 있는 반면 뭐든지 빼앗아 버리는 악귀 같은 해적도 있다. 대규모 함대전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1척. 가끔 해적보다 모험가나 트레저 헌터를 자칭하는 것이 이미지적으로는 더 좋은 무리도 있다. 해적이 주인공이거나 최소한 아군일 경우 이쪽 케이스가 꽤 많다. 부하들이 꽤 많이 있다. 부하는 보스를 선장이나 두목이라 부른다. 별로 강하지는 않지만 충성스럽다. 단 간부급은 예외인데 신뢰가 아니라 힘으로 억누르는 경우 반란을 저지른다. 배는 강력한 무기가 탑재되어 있으며 어떠한 배도 따라잡을 정도의 속도를 자랑한다.

해적선의 선장. 일반적인 선장의 이미지는 험상궂은 얼굴에 수염 정도. 개중 보물섬의 실버선장처럼 발이 없다거나 후크, 갤리온, 브리그, 프리게이트선장 같이 애꾸눈이라거나 손에 갈고리를 달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좋지 않은 보물선과 해적선의 연관된 기억을 갖고 있는 보물선이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단다. 울릉도 주민들에게 돈스코이호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보물선으로 러시아 사람들이 항아리를 가지고 와서 물물 교환해갔던 배다. 그 배에 150조의 보물, 그러니까 금화 유물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1905년 러일전쟁에 참가했다가 침몰한 러시아 함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던 신일그룹이다. 113년 만에 발견된 이 배에 150조원어치 금괴가 실려있다는 미확인 소문이 돌면서 관심을 증폭시켰고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담긴 금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SCG)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다는 의심을 받고 또 이른바 보물선 테마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이에 돈스코이호를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업체는 투자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돈스코이호 탐사와 인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신일그룹과 보물선 테마를 내세워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국적으로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데다 앞으로 그 규모가 급격히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수사 주체를 강서경찰서에서 서울청으로 옮겼다. 신일그룹은 다단계 방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하는 데다 핵심 경영진이 별건 사기 혐의로 경찰 수배를 받고 있거나 법정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신일그룹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전형적인 다단계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발굴에 관한 허가 및 소유권 등 아직도 많은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런 불미스런 사기사건이 발생했다니 안타깝다. 또 배 안에는 그런 보물이 들어 있지 않다느니, 인양해도 고철값 밖엔 건질 수 없다는 등 말도 많다.

어릴 적에 읽었던 보물섬이란 책 이야기가 또 생각난다. 해적들이 숨겨 놓은 금은보화들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보물섬. 영국의 스티븐슨이 지은 장편 모험 소설로 소년 짐이 외다리 해적 실버를 만나 보물이 숨겨진 고도(孤島)에서 큰 모험을 한 끝에 보물을 손에 넣을 때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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