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펼쳐진 '대지미술(Land Art)'
자연 속에 펼쳐진 '대지미술(Land Art)'
  •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 승인 2018.08.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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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요즘 기록적인 폭염으로 우리나라가 전체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서울 기준으로 111년 만에 최고 온도라 말하기도 하고 홍천 같은 경우는 40도가 넘어 관측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럴 땐 집에서 시원한 냉방기 켜고 맛난 음식 해 먹어가며 독서나 휴식으로 재충전의 기회를 갖거나, 확 트인 바닷가 또는 나무 그늘 우거진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도 불 같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겠지요?

이런 생각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크리스토 - 둘러싸인 섬 1983
크리스토 - 둘러싸인 섬 1983

 

우리가 더위를 피해 바다, 산 등 야외로 나갔을 때 그곳에 엄청난 규모의 미술 작품이 멋진 자연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상상도 못했던 시각적 반전을 준다면, 정말이지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겠지요? 그런데 꿈이 아니고 실제 미술에서 ‘대지미술(Land Art)’이란 영역으로 자연을 이용해 활발히 작업하고 있는 대표작가와 그가 연출한 광활한 대자연을 품은 멋진 작품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대지미술(Land Art)이라 함은 쉽게 말해 미술 작품을 화랑과 문명사회로부터 떼어내어 자연 한가운데 설치하려는 미술운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대체로 규모가 크고 일시적으로 존재하며 자연물을 소재로 하거나 혹은 자연에 인공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자연과 인공의 관계를 탐구하는 미술을 말합니다. 다른 표현으로 환경미술, 또는 설치미술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가장 대중적이고 대표적인 작가로 불가리아 태생의 미국인 크리스토 자바체프(1935~ )가 있습니다. 크리스토는 부인 장클로드와 함께 평생 대규모 설치 미술작업을 해온 대지미술가인데 이들은 수십 년에 걸쳐 시드니 해안(1969)을 통째로 포장하기도 하고, 마이애미의 섬들(1983), 베를린의 독일 의회 건물(1995)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천으로 포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대상을 일시적으로 은폐하는 이들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나 우리가 일상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그 이면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사진은 마이애미 섬들을 핑크빛 천으로 둥글게 에워 싸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섬(자연)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참으로 기막힌 발상입니다. 물론 핑크빛 천의 제작과정을 비롯해 작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엄청난 인력과 경비가 소요되며, 작업에 필요한 경비는, 작가가 작품제작 단계에서 스케치한 드로잉이나 완성된 작품의 사진을 팔아서 충당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크리스토가 작업을 하지 않을 때 주로 하는 일은, 주 정부나 시의회 혹은 작품을 제작하고 싶은 대형 건물이나 땅 주인들을 섭외해 그가 작업할 수 있도록 허락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크리스토 같은 유명 작가의 존재 이전에, 그런 아이디어를 주 정부나 시의회에서 허락하는 해외 지자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정말 부럽기도 합니다.

독자 여러분! 올여름 피서 길에, 우연히 가슴 탁 트이는 대지미술 작품들을 만나면 ‘이건 뭐지?’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작품을 배경으로 셀카 한 장 찍어두면 독자 여러분도 이미 대지미술에 참여하고 계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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