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행사, 분산 개최 필요하다
문화예술행사, 분산 개최 필요하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8.06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40도를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불볕더위만큼이나 뜨거운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청주 곳곳에서 열릴 행사 현장이다. 8월부터 10월까지 청주에서 열릴 대형 행사만 8개가 넘는다. 여기에 예술단체나 협회, 마을축제까지 합치면 20여개 행사가 청주에서 동시다발로 열릴 예정이다. 예산으로 따지면 족히 150억원이 넘는 돈이 행사를 위해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한 공간에 많은 행사가 겹치면서 거리마다 색색의 현수막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방이 현수막으로 둘러싸였다고 느낄 정도로 내걸리면서 홍보 현수막은 오히려 행사의 변별력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또 현수막 난립으로 도시 미관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굵직한 행사에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면서 분산 개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역민들을 위한 축제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기별 조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지역의 모든 축제나 행사를 검토한 후 적절한 분산을 통해 예산 대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행사의 분산 개최 요구는 어제오늘의 일도, 청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문화예술행사가 전국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축제의 성공'은 지역의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단체장을 위한 정치행사로 전락하거나, 지역잔치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역행사의 성공 잣대가 관객동원으로 인식돼 성과 내기에 급급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 행사와 축제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그로 말미암은 포화와 과중이 고스란히 지역의 문제로 되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문화행사의 쏠림현상은 문화시설, 문화편중, 문화소외 등 다양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우선 문화시설이 열악한 청주시의 경우 늘 공연장 부족으로 문화예술인들이 허덕이고 있다. 공연과 전시가 모두 가능한 청주예술의 전당의 경우, 올 하반기 대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제행사와 국내행사, 정기대관과 우선대관으로 빈 날이 없다. 외부 기획공연은 추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화예술계가 충북도나 청주시에 대형 공연장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공연·전시장 대관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지역 내 문화편중도 비슷하다. 국비나 도비 확보가 어려운 군 단위에서는 문화행사 예산 규모도 적을 수밖에 없다. 지역민들의 문화예술향유 욕구는 커지고 있지만, 문화예술기반이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재정을 많이 투입해 건립하는 문화기반시설은 특정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공공도서관, 박물관·미술관 등의 문화기반시설에서도 현격한 차이에서도 드러난다. 문화시설과 문화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민들의 불만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효율성과 진정성에 무게를 두고 모든 문화행사의 분산 개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분산 개최가 답이 될 수 없지만,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성공하려면 효과성과 형평성을 고려한 행사가 돼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생활예술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맞게 문화시설과 문화행사의 운영 묘를 살려 문화서비스의 공평한 배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당장 문화기반시설을 건립하는 게 어렵다면 현재의 시설 이용과 문화행사의 분산 개최를 통해 시민들이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 모두가 고르게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지자체나 단체장의 몫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