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약자 보호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
사회적약자 보호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
  • 김병수 음성경찰서 맹동파출소 순경
  • 승인 2018.08.06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김병수 음성경찰서 맹동파출소 순경
김병수 음성경찰서 맹동파출소 순경

 

며칠 전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 걸린 플래카드의 문장이 마음에 스몄다.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글귀가 교통사고 예방을 호소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었지만 교통사고 예방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더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문장은 우리 사회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들이 거침없이 달리는 아스팔트가 사회 또는 삶이라고 보면 자동차의 속도,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는 권력, 자본, 능력, 경쟁 우위 등으로 빗대어 볼 수 있다. 성공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맹목적 경쟁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속도를 가지지 못한 사회 구성원들은 인식할 수가 없다.

결국 같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빨리 가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배고파서 달리기 시작했던 길을 반성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소외, 빈부격차, 사회갈등 증가, 사회 증오 성격의 범죄 증가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경찰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해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을 수립하고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성폭력·가정폭력 근절정책 내실화. 스토킹·데이트폭력 대응 강화. 취약환경 개선 등 여성안심환경 조성,`아동·노인·장애인 학대 및 실종 대응 강화'를 위한 아동·노인학대 사각지대 해소. 실종자 신속 발견 추진. 학대예방 경찰관 증원 등 인프라 구축.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위기 청소년 발굴 및 보호·지원 강화. 학교폭력 근절 정책 및 학교전담경찰관 운영 내실화 등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노력만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이 모두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라는 용어 자체가 중층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체적·종교적·사회적·경제적·문화적 층위 전반에 걸쳐 형성된 의미망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관심, 차별, 왜곡 등의 잣대를 통해 증폭되고 심화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약자 보호'는 우리 사회가 반성적 고찰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사람이 다 함께 잘 사는 사회적 가치를 설정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시적일 수 있는 경찰의 노력은 “속도를 늦추면 사람이 보입니다”라는 문장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사회적 배려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은 삶의 현장 곳곳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대상들을 최초로 접하는 존재들이므로 이들에 대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치안활동은 인권의 연장 선상에서도 그 의미가 깊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같이 인간 자체에 대한 치안정책은 기간을 두지 말고 경찰의 기본 소명으로 그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경찰이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의 일환으로 여러 단체와 협약을 맺고 치밀한 현장 활동을 통해 관계망을 보다 치밀하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합의없이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 Life Balance)를 줄여 말하는`워라밸'이 유행처럼 번지는 요즈음 우리 사회가 앞만 보지 말고 이제는 주위를 살피고 뒤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