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니면 ‘도’로 몰아붙일 일 아니다
‘모’아니면 ‘도’로 몰아붙일 일 아니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8.08.05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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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청주시의회에서 때아닌 주민숙원사업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초선의원 5명이 시의원 요청에 따라 집행부가 편성해 의원들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소규모 주민숙업사업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신선한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시의원 1인당 5000만원씩 배정하는 주민숙원사업은 주민들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정없이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덧붙여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의 선정·집행은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를 약화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주민숙원사업이 민주적으로 결정되기 위해서는 읍면동 단위의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해 주민들이 사업 추진·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란 의회의 역할도 왜곡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초선 의원들을 거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의원 34명은 주민숙원사업비를 예정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하재성 의장은 “주민숙원사업비는 의원이 임의대로 쓰지 않는다”며 “지역구 활동에서 주민의 민원과 의견을 듣고 읍·면·동장과 협의해 사용처를 정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의원들이 주민숙원사업비를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은 집행부의 선심성 예산인데다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그동안 집행부가 의원들을 회유하는 당근처럼 이용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의원들은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리베이트를 받아 망신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실제 지난해 전라북도의회 의원들이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사업비)를 집행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아 구속된 사례가 그것이다. 전·현직 의원 6명과 업자 21명이 구속되면서 주민숙원사업비가 비리의 온상처럼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내 주민숙원사업을 잘 아는 의원들이 예산 편성을 촉구하고 주민 요구를 직접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만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주민숙원사업비 문제를 초선 의원들이 제기했다는 점에서 시기적절했다고 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주민숙원사업비 폐지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그 취지까지 매도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당장 없애기보다 집행절차를 투명하게 시스템을 바꾸면 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주민들이 행정기관이 독점했던 예산 편성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라는 제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 편성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의회도 집행부 감시와 견제를 약화시키는 수단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예산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편성과 집행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게 예산편성과 집행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시스템 개선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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