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공항 몰려드는 노인들…이용객·공항 측 '난감'
최악 폭염에 공항 몰려드는 노인들…이용객·공항 측 '난감'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8.08.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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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등 주변 지역서 '무료' 공항철도 타고 찾아
7월 65세 이상 무임승차 53만…작년 44만명서 급증

폭염에도 공항 실내 24도 유지…피서 공간으로 인기

집에서 싸온 간식 먹고 창밖 비행기 구경하며 담소

"우리 나이 사람들 많이 만나…노인정이 따로 없다"

1월 개항 제2터미널은 홍보관 등 노인들로 더 북적

식당·벤치 등 빈자리 '품귀'…지인 자리 대신 잡기도

이용객들 불편 고민거리…"앉을 자리도 없이 점령"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무더위에 취약한 노인들이 시원한 바람을 찾아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공항을 찾는 노인 대부분은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 이상으로 이들은 서울과 인천 주변 지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피서'를 나온다. 바깥 기온은 40도를 웃도는데 반해 공항 터미널의 실내 온도는 24도에서 26도를 유지하고 있어 노인들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다만 노인들이 일찌감치 식음료 시설 테이블과 편의를 위해 설치된 벤치들을 모두 점령하는 통에 공항 이용객들의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공항철도에 따르면 지난 7월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 이상 노인 이용객은 53만3030명으로 하루평균 1만7194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만5747명보다 크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3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4층 비선루에는 어르신 30여명이 집에서 싸 온 간식들을 서로 나눠 먹으며 창밖의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해외로 떠나는 여객이 아닌, 시원한 공항으로 피서를 나온 어르신들이다.



서울 가양동에서 온 김모(83)씨는 이번 폭염을 '불(火)'에 비유하며 "보통 더워야 견디지"라고 한탄하곤, "지하철 타고 공항에 나오면 우리 나이 때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오후 3시 정도 되면 여기(비선루)는 노인들로 꽉 들어찬다"고 했다.



부인과 함께 공항을 찾은 전모(75)씨도 "계속되는 폭염에 두통까지 심해져 시원한 곳을 찾다 보니 공항까지 오게 됐다"고 푸념했다. 그는 "시원한 지하철 타고 오전 9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오후 5시 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개장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어르신들로 더 북적이고 있다.



평소에는 첨두시간(여객이 몰리는 시간대)이 아닌데도 4층 홍보관과 3층 출국장, 지하 1층 식음료 시설, 버스 대합실 일대에는 폭염을 피하고자 나온 노인들로 가득하다. 공항 곳곳에 마련된 벤치는 빈 자리조차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공항 2터미널을 찾은 김모(68·여)씨는 "친구들과 인천공항으로 놀러 와보니 시원하고 볼 것도 많아 좋지만, 노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노인정이 따로 없다"고 했다.



반면 공항 터미널의 벤치와 식당 테이블을 모두 점령한 노인들로 불편하다는 승객도 있다.



해외로 출국하는 가족을 마중 나온 양모(40)씨는 "폭염에 이해는 되지만, 어르신들이 식당과 카페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는 통에 식사는커녕 시원한 음료수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며 "심지어 식당 의자에 눕거나, 집에서 싸온 음식을 드시는 모습도 봤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2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자원봉사자도 "이용객과 노인들 간 말다툼뿐 아니라 노인들 간의 다툼도 자주 발생한다"면서 "노인들이 같이 온 지인의 자리를 미리 맡아 놓는 경우와, 식사를 하지 않음에도 식당 테이블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다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인천공항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며 "항공기 이·착륙을 바라볼 수 있는 홍보관에는 올 하계 성수기 하루 평균 45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이 절정에 다다른 지난 2일부터는 하루 5100명이 넘는 인원이 홍보관을 찾고 있다"면서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붐빈다"고 설명했다. 그 중 다수가 노인들이라는 얘기다.



최근 노년층 이용이 급증하자 공항철도 쪽에서도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바깥기온 33도가 넘으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열차 기관실에 지도팀장이 같이 타 객실온도 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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