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8.08.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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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얼마 전 지인이 학생들에게 닭 해부를 지도할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주니어 닥터 프로그램의 한 주제로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현직에 있을 때 학생들 방과 후 수업이나 특별활동의 일부로 동물해부실험을 한 경험이 있어 수락했다. 그리고 예전 지도안을 수정 보완해 보냈는데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오는 9월부터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는데 동물해부실험은 말썽의 소지가 있으니 다른 주제를 선정하던가 물리, 화학 등의 주제로 선정해달라고. 많은 전공자를 제쳐놓고 비전공자가 지도한다는 것이 주제넘은 짓 같아 거절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동물해부실험이 동물보호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적정하게 관리하고 불필요한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18세기 영국의 동물 학대방지협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20세기 철학자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서 동물권리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었다고 한다. (daum 백과)

우리나라도 1991년 처음 제정돼 여러 차례 개정됐으며 2018년 개정안에는 미성년자의 동물해부실습에 관한 규정이 포함됐다. 이 동물보호법에 몇 가지 토를 달아보고자 한다.

첫째 동물보호법의 기본정신은 생명존중이다. 우리나라 사람 한 명과 아프리카 빈국의 한 명의 생명은 똑같이 소중한 것처럼 모든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은 지나치게 애완동물, 반려동물 위주로 제정됐다. 개나 고양이가 애완동물이란 이유로 소나 돼지보다 더 소중한 생명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내게는 애완동물이고 반려동물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 있다.

둘째 동물은 동물답게 살게 해야지 않을까? 고양이는 원래 육식동물로 쥐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길들여도 개처럼 주인을 따르기보다는 일정 지역을 고수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동물을 사람들이 먹이를 줘가며 길들이다 보니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쥐를 보아도 잡지 않는다. 개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이 사냥을 위해 길들이면서 사람과 가까워진 동물이다. 사람을 잘 따른다고 야생성을 최대한 없애고 인간의 노리개처럼 만들어가고 있다.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동물사랑이란 이름 아래 이들의 야생성을 없애고 사람을 따르게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동물 학대 아닐까?

셋째 애완동물에 지나친 비용이 지출된다. 열 받지 말고 냉정하게 살펴보자. 애완동물병원, 애완동물미용, 애완동물용품점, 애완동물호텔, 애완동물장례식장 등.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다. 일자리 창출, 새로운 시장 개척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밑바닥 사회적 약자의 생활을 보자. 어쩌면 부잣집 개나 고양이만 못한 대접을 받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더 나아가 지구촌 빈민국의 아이들을 보면 이들이 어찌 선진국 개와 고양이의 생명만 못하단 말인가? 애완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에게 뭇매 맞을 소리만 한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자. 애완동물에 쏟는 정성만큼 부모를 대했다면 효자 효부상 받을 일이다.

셋째 동물보호법이 학생들의 학습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학생들에게 동물해부실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생물이나 약학, 의학을 전공할 학생들은 동물해부실험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자칫 미성년자에게 잘못된 생명윤리가 형성될까 여러 가지 제약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해부실험을 하면서 생명존중의 교육도 같이해야 할 지도교사의 몫이다. 모든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하고 고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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