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은 날은 언제 오려나
윗물이 맑은 날은 언제 오려나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8.07.31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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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김금란 부장(취재3팀)
김금란 부장(취재3팀)

 

우리는 살면서 롤모델을 찾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지표를 삼기 위해 나름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청년들이 닮고 싶어하는 인사로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전 회장이 꼽힌다.

돈 많은 부자라서가 아니다.

그들이 손에 쥔 부와 명예, 권력을 사회를 위해 어떻게 돌려주고 공헌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올해 자선단체 기부액을 34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8300억 원으로 책정해 발표했다. 버핏이 지금까지 기부한 누적 총액은 현재 시장가치로 따지면 467억 달러, 우리 돈으로 52조 원에 달한다. 빌게이츠 역시 자신이 설립한 게이츠 재단을 통해 30조 이상을 기부했다.

청년들은 돈 많고 높은 지위를 가진 이들이 사회를 위해 책무를 다하는 모습 그 자체를 닮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사회에 본보기가 되어야 할 사회 주요인사들은 관피아(고위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공기업이나 관련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 교피아(교육부 고위공직자들의 사립대학교에 재취업하는 것), 선피아(선거에서 승리한 후보 캠프 인사들이 지자체에 입성하는 것)라는 이름으로 이속 챙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심지어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이 5대 기업을 압박해 퇴직 간부를 조직적으로 재취업시킨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31일 구속된 정재찬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주요 기업들을 압박해 공정위 퇴직자 10여명을 불법 재취업시키는 방식으로 기업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공정위 인사부서는 4급 이상 퇴직 예상 간부들의 재취업 리스트를 만들었고, 마치 공정위 내부 인사를 내듯 연봉과 근무 기한까지 정해 재취업을 알선했다.

기업을 감시 견제해야 하는 공정위는 되려 과징금 부과 등 기업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처벌 권한을 앞세워 퇴직 간부의 재취업을 알선했다니 혀를 찰 노릇이다.

공정위가 발간한 2017 공정거래 백서 첫장을 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시장경쟁 촉진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기반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는 김상조 현 공정거래위원장의 발간사가 수록돼 있다.

공정위는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를 깨지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경제질서를 어지럽히는 기관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엔 사학비리 제보자의 인적사항 등을 대학 쪽에 흘려준 혐의를 받고 있는 교육부 간부가 직위해제됐다.

사학 비리를 뿌리뽑아야 할 이 간부는 해당 대학에 교육부의 비리 조사 내용과 제보자 인적사항 등이 담긴 문서를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했다가 들통났다. 그는 지난해에는 교육부에 수원대에 대한 비리 신고가 이뤄진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학교법인에 속한 대학 관계자와 수차례 만났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교육부 조사 결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7월 1일 새로운 단체장을 맞은 지방자치단체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요즘 선피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 공신이라며 대놓고 한자리씩 안겨주는 것도 모자라 벌써부터 내년 입성을 기약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을 정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했는데 도대체 우리 사회의 윗물은 언제쯤 맑아질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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