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민낯과 가면
자본주의의 민낯과 가면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31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60%대로 떨어진 지지율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들고 휴가를 보내고 있다. 청와대는 `휴가는 휴가일 뿐 별도의 구상이나 정국 돌파의 해법 같은 건 없다'는 친절한(?) 안내마저 서슴지 않는데, 언론의 해묵은 관행은 덮어쓰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불안하기는 하다. 최저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의지의 후퇴는 아닌지 걱정이다. 이러다가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이 주문한 경제 구조 개혁에 미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불안하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양쪽에서 공격을 받고 사실상 장렬하게 산화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도 살 떨리게 한다. 한반도의 해빙 정도를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믿어 의심치 않게 된 북한문제와 외교 행보는 경제문제와는 근본적으로 결을 달리한다. 평화와 종전, 그리고 북한의 개방을 통한 미래지향적 번영은 말하자면 대강의 줄거리와 같다. 각론은 차치하고 당장 개개인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착각에 따른 상대적 관대함이 있다. 촛불혁명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취임한 이후 여태까지 유지되었던 높은 지지율은 그 틀 안에서만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문제와 만나게 되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북한문제와 한반도 평화, 종전 등은 문화적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개인의 삶이 완벽하게 자본주의에 종속되는 경제 문제에 국민적 양보와 관대함은 기대할 수 없다. 촛불이 도도한 물결이 되어 혁명의 강을 이룰 때 광장의 사람들은 풍자와 해학을 만끽했고, 민 낯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심지어 `역사의 현장'이라는 당당함으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의 모습도 많았다. 굴욕적인 갑질과 자본의 횡포를 끊어내기 위해 결국 광장에 나선 대한과 아시아나항공사 직원들의 가면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것이다. 거대 자본, 그리고 고용과 피고용의 관계는 그만큼 악질적이다. 신분이 드러나면 대의명분은 고사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도태되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 현실이다. 계엄령을 거론했던, 그리하여 군인들의 총칼에 피를 흘릴 수도 있었던 끔찍한 음모가 온몸을 떨리게 하지만, 자본은, 그리고 기업 총수의 가족과 직장은 국가의 체제보다도 훨씬 더 두려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결국 먹고사는 일이 나라를 바로 잡는 일, 즉 정의를 지키는 일보다 먼저이고,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하는 자본의 위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을과 을끼리의 갈등과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엄살과 반발은 소득 상위계층과 기득권세력의 나누어주기 싫음이라는 신자유주의 경제 신봉과 자본의 권력 지키기에 그 근본이 있다. 소득불균형을 해소(최저임금 인상)하고,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마당에 어설픈 정책 결정은 그 두 가지 축을 별개의 것으로 착각하게 하면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던 거대 자본의 기업들은 아마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을 노동 수요의 감소를 통한 인건비 지출의 증가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저항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 조금 더 사정이 나은 `을'은 그보다 못한 `을'을 핍박하게 되고, 고용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기업들, 즉 자본은 또 이를 빌미로 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과 제 비용의 증가를 이유로 각종 수수료나 임대료 인상 등을 무기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보복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을'들에게 가장 큰 부담인 임대료 또는 프랜차이즈 사용료 및 수수료 등의 인상을 겁박하게 되는 것인데, 이 또한 항공사 직원들의 가면처럼 전체 사회를 `숨어 우는 바람소리'로 흐느끼게 되는 일을 만들 것이다.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순서가 없다.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한 부자증세와 조물주보다 무섭다는 건물주, 그리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가로채는 수수료 요율의 공정성과 더불어 왜곡된 경제 관행을 제대로 알리고 개혁하는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위대한 다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사람은 사람끼리 평등하고, 고용과 노동은 공정하며, 소득의 분배는 훨씬 정의로워야 한다. 올라가야 할 것이 있으면 당연하게 내려오고, 또 내려놔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가면을 벗어 던지고 민 낯의 빛남을 위해 함께 가야 하는, 이토록 치열한 자본주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