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눈물
개미의 눈물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8.07.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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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개미성 밖으로 구급차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숨이 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요즘 들어 개미성주 천노인의 병세가 악화하는 듯 보였다. 찬란했던 개미성의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얼마 전 천노인은 오랜만에 땅을 둘러보다가 매물이 어쩌고 하는 괴상한 이야기를 우연히 주워듣게 되었다. 의아하게 생각한 천노인은 그들 사이로 시치미를 떼고 이 땅이 매물로 나왔느냐고 물었다. 중개인은 남루한 옷차림의 천노인을 훑어보면서 퉁명스럽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중개인은 천노인을 모르는 것 같았다. 설마 추레하게 보이는 노인이 개미성주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황당한 소리에 천노인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땅주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중개인은 자신이 잘 아는 회장님께 위탁을 받았다고 했다.

천노인은 또다시 회장의 이름을 물었다. 중개인은 캐묻는 천노인을 경계하듯 보더니 끝내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거래하게 되면 다 알게 될 거라며 명함 한 장을 주고 중개인은 사라졌다. 아들이 땅을 팔아 치운들 천노인에겐 권리가 없었다. 천노인은 괘씸한 생각에 끓어오르는 화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천노인을 미심쩍게 생각한 중개인은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다음날 천노인은 땅을 살 것처럼 중개인을 찾아가 땅주인을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중개인은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고 땅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천노인은 아들을 불러 확인해 보았지만 아들은 결코 그런 적이 없다며 중개인이 잘못 알고 있거나 꾸민 탓으로 말을 돌렸다. 의심은 가는데 확증이 없었다.

혼란에 빠진 천노인은 갈수록 불신만 커졌다. 그 후로 천노인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든 지병이 날로 깊어만 갔다.

개미성은 천노인의 집이다. 그는 많은 돈과 땅을 갖고 있어 사람들은 그를 개미성주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를 성주의 격에 맞추어 대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건 아마도 그가 오로지 부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에게 많은 인심을 잃을 때도 있었고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비난을 받아가며 그에게 돈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혹시 지난날 가난에 대한 증오나 보상은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정복자나 성주처럼 지배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개미처럼 쓸 곳도 모르거나 없으면서 마냥 쌓아 놓고 부를 과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또한, 그 무엇이 천노인을 분노케 한 것일까. 아들 때문에 부가 허물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후회 없이 써 보지 못한 탓일까. 그가 바랬던 것은 무엇일까. 그런 그가 구급차에 실려가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가치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생존의 경우라면 전부 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다양하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목적을 지니지 않는 경우라면 그 가치는 엉뚱한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지 부자가 되기 위해 막연하게 돈을 쌓으려고 한다거나 그 목적이 그릇되거나 망령된 것이라면 그 돈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또한 생존을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충족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넘치는 경우 쓸모가 없다고 말을 할 것인가. 모두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진정한 가치를 위해서 존재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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