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규제, 시민이 앞장서자
플라스틱 규제, 시민이 앞장서자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8.07.30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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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부가 플라스틱 일회용품 줄이기의 목적으로 8월 1일부터 대형 커피매장을 중심으로 일회용 컵 사용 규제에 들어간다.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일상화됐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가 성과를 내는 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더구나 아프리카 날씨를 뛰어넘어 사막의 뜨거움과 비교되는 작금의 한국 기온을 보면 음료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커들이 아메리카노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던 모습을 이제 대한민국 도시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나 일회용품 사용이 생활화된 지금 정부가 너무 늦게 칼을 뺀 것 아니냐는 반응이 우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일외용 컵 규제를 앞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규제 강도나 명확성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고객도 사업자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고객들에겐 개인 컵 사용 시 음료 10% 할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컵을 들고 다니는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일회용 컵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1994년 커피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금지 정책을 잘 시행만 했어도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데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습관의 힘은 무섭다.

커피매장은 매장대로 불만이다. 일회용 컵 규제로 컵이 모자란다고도 하고, 컵을 닦으려면 아르바이트생을 더 써야 한다고도 하고, 때때로 컵을 가져가는 사람까지 있어 골치 아프다고도 말한다. 플라스틱 규제를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가치로만 생각한다고 일축하기엔 우리 생활이 너무 많은 플라스틱에 젖어 있다. 매장에서 일회용컵 하나 규제하는 데도 불편과 불만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우리와 달리 유럽은 사용에 엄격한 편이다. 얼마 전 체코 프라하에 갔을 때 그들의 생활에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하나는 건축물 외관에 에어컨 시래기 설치 금지였고, 또 하나는 유럽식 커피 문화로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였음에도 대형매장을 제외하곤 에어컨이 있는 건물을 만나기 어려웠다. 프라하 중심가 숙박업소였음에도 선풍기가 에어컨을 대신했다. 관광지라는 특수성에 비춰볼 때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의 불편보다는 유서깊은 건축물의 미학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장에서는 비닐 대신 종이봉투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었고, 커피에서 빨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 유럽국가의 문화가 친환경정책 기조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회용품 사용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촌 문제로 대두한 플라스틱 줄이기는 전 지구적 과제이기도 하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우리의 현안이다. 자연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해양 오염과 쓰레기 대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 플라스틱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막같이 변하고 있는 한국 날씨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편리와 효율이란 명목으로 일회용품이 애용될수록 지구의 위기는 앞당겨진다. 땅에선 100년이 지나도 섞지 않는 오염물이 되었고, 선진국 사람들이 쓰고 버린 일회용품들은 바다를 떠돌다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어 소비의 종말을 보여주고 있다.

또 빨대와 같은 자잘한 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며 인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 인류의 유일한 삶터인 지구의 위기, 더 이상 물러서면 안 되는 지점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지구를 회복시키는 일은 더디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국가의 규제에 앞서 시민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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